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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맥서점/2020년대

[서점놀이]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김지수

2022.1.21 신논현역 지하 교보핫트랙스에서...

 

김지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영화 "어벤져스 - 인피니티워"는 마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 영화에서 등장하는 여섯개의 인피니티 스톤 중 헷갈리는 두개의 돌이 있으니 바로 소울 스톤과 마인드 스톤이다. 아마도 영어권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소울(Soul, 영혼)과 마인드(Mind, 마음, 정신)이 쉽게 구분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둘의 차이가 마음으로 와 닿지 않았었다. 이 책에 나오는 이어령 교수님의 짧은 비유는 둘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유리컵을 사람의 몸이라고 가정해보게나. 컵은 무언가를 담기 위해 존재하지? 그러니 원칙적으로는 비어 있어야겠지. 빈 컵이 아니면 제 구실을 못할 테니. 비어 있는 것, 그게 void라네. 그런데 비어 있으면 그 뚫린 바깥 면이 어디까지 이어지겠나? 끝도 없어. 우주까지 닿아. 그게 영혼이라네. 그릇이라는 물질은 비어 있고, 빈 채로 우주에 닿은 것이 영혼이야. 그런데 빈컵에 물을 따랐어...
여기 유리컵에 보이차가 들어갔지? 이 액체가 들어가서 비운 면을 채웠잖아. 이게 마인드라네. 우리 마음은 항상 욕망에 따라 바뀌지? 그래서 보이차도 되고 와인도 돼. 똑같은 육체인데도 한 번도 같지 않아. 우리 마음이 늘 그러잖아. 아침 다르고 저녁다르지...

 

그동안 'mind control'이나, 'would you mind?', 'never mind' 등의 회화 표현을 쓰면서 그 이면에 욕망이 담겨 있다는 걸 보지 못했었다. 생각해보면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차리고, 신경을 쓰는 모든 행위에는 욕망이 연결되어 있지 않았던가? 

 

그 마인드를 무엇이 지탱해주고 있나? 컵이지. 컵 없으면 쏟아지고 흩어질 뿐이지. 나는 죽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내 몸은 액체로 채워져 있어. 마인드로 채워져 있는 거야. 그러니 화도 나고 환희도 느낀다네. 저 사람 왜 화났어? 뜨거운 물이 담겼거든. 저 사람 왜 저렇게 쌀쌀맞아? 차가운 물이야. 죽으면 어떻게 되나? 컵이 깨지면 차갑고 뜨겁던 물은 다 사라지지. 컵도 원래의 흙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러나 마인드로 채워지기 이전에 있던 컵 안의 void는 사라지지 않아. 공허를 채웠던 영혼은 빅뱅과 통했던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거라네...
만원버스를 생각해보게. 사람이 꽉 차서 빈 데가 하나도 없는 게 바로 영혼 없는 육체라네. 유명한 일화가 있어. 스님을 찾아온 사람이 입으로는 '한 수 배우고 싶다'고 하고는 한참을 제 얘기만 쏟아냈지. 듣고 있던 스님이 찻 주전자를 들어 잔에 들이붇는 거야. 화들짝 놀라 '스님, 차가 넘칩니다' 했더니 스님이 그랬어. '맞네, 자네가 비우지 못하니 찻물이 넘치지. 나보고 인생을 가르쳐달라고? 비워야 가르쳐주지. 네가 차 있어서 말이 들어가질 못해' 마음을 비워야 영혼이 들어갈 수 있다네.

 

나는 나를 무엇으로 채워야할지만 고민했지 어떻게 비울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