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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Talk

KAIST 김정진 교수님의 실내악특강 - 8. 작업하다!(Organize Music!) - 악보 위의 메모

실내악 특강 어덟번째 시간. (정말 빨리 간다...ㅡ.ㅜ)

오늘은 악보에 담긴 여러가지 메모를 남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크게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바로크 시대의 Sonata for two flutes(정확한 곡명은...)을 준비한 우리 플루트 듀오팀. 연주를 훌륭하게 해 나가고 있었는데 온풍기 때문에 한사람의 악보가 자꾸 날리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열심히 몸으로 막아보았지만 결국 마지막 악장에서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다음 시간부터 자신들의 악보와 '연필'을 준비하세요. '볼펜'도 안되고 '샤프'도 안됩니다. 그리고 악보는 서로 붙이세요. 양면을 사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비닐로 된 악보집이나 코팅은 하지 마세요. 잘 넘어가지 않거나 빛이 반사되어 방해가 됩니다. 공연을 할 때는 악보를 보고 넘기는 것도 퍼포먼스의 일부입니다."

그러면서 악보에 노트를 하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주셨다.

"클래식 연주인에게 유명연주인의 노트가 담긴 악보를 얻는 것은 개인 레슨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도 유럽이나 미국에 가면 때때로 몇일이나 몇시간 밖에 거할 수 없을 때가 많은 데 그 때 하는 것이 훌륭한 연주인의 악보를 얻어 채보하는 것이다....
"위대한 스승으로부터 사사를 받은 사람들도 가끔 각기 다른 곡을 사사 받게 되는데 그런 사람들이 만나면 하는 일은 그들이 사사받으면서 썼던 악보를 서로 교환하는 일이다....
"악보에는 dynamic 뿐만 아니라 해당 부분을 연주할 때의 느낌, bowing 방법, 각 음표의 느낌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시해 놓고, 때때로 자신만 알아볼 수 있는 표시들을 남기기도 한다....
"악보를 놓고 이러한 노트를 적는 과정을 '작업한다'(Organizing music)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작업이 되어 있는 악보는 자기 자신만의 소중한 자산이 된다......
"악보의 표시들은 연주를 할 때 자기와 Synchronize되어 연주할 수 있도록 해주며,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곡에 대한 그당시 해석을 잊지 않게 해준다....

"이러한 악보를 함부로 다루는 사람은 배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 된다.....

악보는 가급적 Origianl manuscript으로 구하는 것이 좋다.....
이런 것은 굉장히 비싸다. 싼 악보는 깨끗하고 아무런 메모가 없다.....

밴드를 하면서 늘 악보를 외워서 연주했었다....
그리고 공연에 쓰이는 십여곡을 모두 외워서 연주하는 걸 늘 자랑스럽게 생각했었다...
특히 락공연이란 것이 악보를 보면서 연주한다는 건 연습 부족이나 아마추어틱하다고나 할까.....

돌이켜서 생각해보면.....그동안 했던 곡에 대한 해석 - 훌륭한 연주인에게 사사받은 적이 없더라도 최소한 내가 내렸던 곡에 대한 해석-들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곡에 대한 나만의 자산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오늘은.....악보에 대한 생각이 바뀐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