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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맥서점/2000년대

쉽게 읽는 백범일지 - 김구, 1947 (도진순엮음, 2005)

"진정한 위인은 말하는 자가 아니라 행동하는 자이다."

  한국인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하는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읽어나가면서 내가 정말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책 앞 부분에서는 '백범일지'라는 것이 이런 책이였나 싶었다. 기대했던 위인다운 이야기라기에는 실수와 시행착오로 가득차 보이는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의 이야기들. 그리고 솔직 담백한 - 어쩌면 문학적으로 의미를 두기 어려운 문장들...

  어쩌면 난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위인의 입에서 미사여구나 멋진 비유가 곁들어진 심오하고 철학적인 말들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깨달음은 그 반대로 왔다. 그는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소위 지식인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 물론 김구 선생님은 박식하셨고, 교육사업의 중요성도 늘 강조했던 분이었다. 하지만 미사여구와 괴변으로 가득찬 그런 지식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왠지 나 자신이 부끄러워 졌다. 

  그분은 백정과 범부라는 의미로 '백범'이라는 호를 지으셨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복잡한 이론과 사상이 아닌 것이다.

  2부에서는 한국 독립운동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가까이 배울 수 있게 해준다. 그 당시 상황(Context)를 이해하니 이봉창 의사나 윤봉길의사의 의거가 임시정부(독립운동가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중국이나 미국, 그리고 사회주의자들이 어떤 의미였는지가 피부로 다가온다.

  마지막으로는 워낙 유명한 '나의 소원'.......다국적 기업으로 가득찬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다시 생각해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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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신문을 시작한 놈이 불을 밝히며 밤을 새운 것과 그놈들이 온 힘을 다해 자기 일에 충성하던 것을 생각하니 자괴감이 들어 견딜 수 없었다. 나는 평소에 무슨 일이든 성심껏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나라를 구하겠다는 내가, 남의 나라를 삼키려는 저 왜구들처럼 밤새워 일 한 적이 과연 몇 번이나 있었던가? (157)

  우리 민족의 비운은 대체로 사대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민의 실질적인 행복은 내 모른다 하고, 창시자 주희 이상으로 성리학만 주창하여 사색당파로 수백 년이나 다투어 왔으니, 민족 원기는 다 딿아 없어지고 남에게 의지하려는 생각만 남았다. 이러니 어찌 나라가 망하지 않으리오.....
  청년들은 중국 정자와 주자의 방귀조차 향기롭다는 옛사람들을 비웃지만, 같은 입과 혀로 러시아 레닌의 방귀는'달다' 하니, 정신 차릴지어다.(255)

  "네 소원이 무엇이냐?"하고 하나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오" 대답할 것이다....
  이처럼 모든 사상도 가고 신앙도 변한다. 그러나 혈통적인 민족만은 영원히, 성쇠흥망의 공동 운명의 인연에 얽힌 한 몸으로 이 땅 위에 남는 것이다....
  오직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로 오리 스스로 잘 살고, 인류 전체가 의좋게 즐겁게 살도록 하는 것이다. 어느 민족도 일찍이 그러한 일을 한 이가 없었으니 그것은 공상이라고 하지 말라. 일찍이 아무도 한 자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하자는 것이다....
  나의 정치 이념은 한마디로 자유이다.  우리가 세우는 나라는 자유의 나라라야 한다....
  이 일을 하기 위하여 우리가 할 일은 사상의 자유를 확보하는 정치 양식의 건립과 국민교육의 완비이다...
  최고의 문화를 건설하는 사명을 달성할 민족은 한마디로 말하면 국민 모두를 성인(聖人)으로 만드는 데 있다...
- 나의 소원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