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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맥서점/2008

푸코의 진자(1) - 움베르토에코, 1988

푸코의 진자(1)  
움베르토 에코 | 이윤기 | 열린책들 | 2000.09.01
평점47건 | 네티즌리뷰 42건 | 최저가 7,560원 구매하기
책소개 : 작자의 해박한 지식과 서양의 각종 비교(秘敎) 집단의 생생한 묘사가 돋보이는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움베르코 에코의 두번째 소설. 재...

밀라노대학에서 중세기사단에 관한 박사 논문을 쓴 카소봉은 한 출판사에 계약직으로 취직, 선배 직원들과 함께 중세 이후 유럽에서 성행했던 연금술의 세계를 탐구하게 된다. 이 작업은 세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비밀단체가 있음을 상정해 은 주의자들을 자비 출판 필자로 끌어들이려는 기획의 연장이었으나 관련자들이 하나 둘 실종된다.

실종자 기록을 뒤지던 카소봉은 놀랍게도 중세 기사단이 장미 십자회, 연금술사, 제주이트파등으로 현대에 재현되면서 세계를 움직이는 에너지의 비밀을 발휘해 왔음을 알게 된다. 동료들의 실종 또는 살해사건은 이 비밀단체가 드러난 것에 대한 응징이... [인터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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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에 이어 두번째로 도전(?)하는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은 내게 있어서 처음 만나는 중세나 다름없었다.
교과서나 영화, 판타지소설에서 만나는 중세가 아닌 진짜 중세...

그의 묘사를 통해 중세 카톨릭 사회의 모순뿐만 아니라 그들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그 시대의 다양한 군상들의 내면까지 읽을 수 있었고, 이것은 나를 깊이 빠져들게 했다.
이를 통해 종교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되었었다.

사실 1권에서 느낀 '푸코의 진자'는 '장미의 이름'보다는 '다빈치코드'에 가까웠다.
스토리가 '성전기사단'을 다룬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글의 분위기 때문이다...

베르베르의 소설이나 '다빈치코드'는 읽으면서 '지식'으로 무장되어 있지만,
'메세지'는 빈약하다고 느꼈었다. 뭔가를 외치고 있지만 깊이는 없는....
아마도 인간 내면의 깊은 부분까지 들어가지 못한 지식의 나열에서 오는 실증이랄까....

종교에 대한 자세도 '장미의 이름'이 같은 종교를 가졌던 전혀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비춰지는
인간의 모순을 다뤘다면, '푸코의 진자'는 약간은 종교 자체에 대한 부정을 다룬 듯하다.

그래도 '다빈치코드'에 비하면 전해주는 지식의 수준의 차이도 크고, 사실과 가설의
명확한 구분, 그리고 가끔 보이는 에코의 메세지가 글에 빠져들게 한다...

사실 에코의 소설을 평할 자격이 있는 건 아니다...
그가 전하는 내용을 100% 이해하기란 내 수준에선 무리다..
그저 내 주관적인 느낌을 적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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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사라고 하는 것인 인간입니까, 아니면 어떤 권능 같은 것입니까?" 내가 얄로릭사에게 물었다. 얄로릭사는 오릭사는 물, 바람, 나뭇잎, 무지개 같은 것의 권능이라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여느 사람은 그군능이라는 것을 전사나 특정한 여인이나 가톨릭 성자로 인식하려고 할텐데, 어떻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것인지요?"
"유럽인들도 특정한 우주적인 권능을 동정녀 마리아 형태로 섬기고 있지 않은가요?" 얄로릭사의 대답이었다. - 343

"그 말 잘했군. 어디 한번 보자. 마태오, 마르코, 루가, 요한은 뛰어난 재담꾼들로, 언제 어디에서 만나 한판 붙어 보기로 한다. 한 인물을 설정하고 몇가지 기본적인 사실에 합의 한 다음, 각자 그 합의된 것으로 마음대로 이야기를 꾸미고, 나중에 만나 누가 잘 꾸몄는지 겨루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쓰인 글이 평론가로 행세하는 몇몇 친구들 손아귀로 들어가게 돼. 평론가는 평론하겠지. 마태오는 상당히 사실적이지만 메시아 사업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마르코도 나쁘지는 않지만 다소 감상적이다. 루가가 적당한 품격을 유지하고 있따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요한은 지나치게 철학적이다. 이런 장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 네 권의 책은 상당히 매력 있는 것이어서 세상을 두로 돌아다니게 된다. 네 저자가 이걸 알았을 때는 때늦은 뒤. 바울은 벌써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 그리스도를 만난 뒤였고, 플리니우스는 근심에 잠긴 황제의 명을 받아 조사를 시작하고, 4인조의 줄거리를 가지고 무수한 위작가들은 아는 체하면서 써대고....Toi, apocryphe lecteur, mon semblable, mon frere(<그대 위선적인 독자여, 내 닮은꼴이여>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에 나오는 '독자들에게'의 마지막 구절)
그러다보니 베드로는 유명세에 맛을 들이기 시작하지. 거기에다 요한은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위협하고, 그래서 베드로와 바울은 요한을 꽁꽁 묶어 파트모스 섬을 보내 버리지. 가없은 요한은 헛것을 보게 돼. 사람 살려, 메뚜기 떼가 내 침대를 뒤덮고 있어요, 저 나팔소리 좀 멎게 해주. 아니, 이 피는 도대체 어디에서 흐르는 거야? 사람들은 요한이 술에 취했거나 동맥 경화증 말기 증세를 보인다고 했고, 누가 알아? 정말 이랬던 건지?" - 366

인종은 우리 인류의 무의식 중 일부를 구성하지요. 당신은 문화를 좋아하니까 종족이라는 말 대신에 문화라는 말을 써도 좋겠지요. 그 무의식의 또 다른 부분을 구성하는 것은 '아키타이프(原型)'랍니다.이 아키타이프는 모든 세기의 모든 인류의 공동 유산이지요. 오늘 밤의 그 분위기, 그 열기는 우리의 경각심을 무너뜨렸어요. 이런 일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난 일인만큼 당신도 아마 느꼈을 것이오. 그런데 임파로는 오릭사를 발견했어요. 암파로 자신은 가슴에서 송두리쨰 뿌리 뽑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암파로의 자궁에는 그게 살아남아 있었던 거예요....비법 전수자와 접신자는 달라요.....비법 전수자들은 신비주의자를 충동질하고 이용합니다.....신비주의는 접신의 타락한 형태인 반면에 비법 전수는 마음과 정신의 기나긴 '아스케시스(苦行)'의 열매랍니다. 신비주의는 선동적일 정도로 민주적인 현상이오만, 비법 전수는 귀족주의적인 현상이지요." -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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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1932년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난 현대의 가장 저명한 기호학자이며, 동시에 뛰어난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볼로냐 대학의 교수이다. 그는 아퀴나스의 철학에서부터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수학한, 해박한 지식의 전령사이다. 전세계 수십 개 대학에서 강의한 바 있는 에코는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는 물론 영어, 프랑스어에 무불통달하고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까지 해독하는 지독한 「공부벌레」이자 「언어의 천재」이기도 하다. 「장미의 이름」 이후 그의 두 번째 소설인 「푸코의 진자」는 기호학자로서 그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 주는 작품으로 지난 1988년 가을 이탈리아에서 출간되자마자 독자들의 찬사와 교황청의 비난을 한몸에 받으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뉴욕 타임즈 북리뷰가 1980년대를 마감하는 특집호에서 이 작품을 「1989년 최고의 책」 으로 선정한 사실은 이 소설의 뛰어난 인문 예술적 가치를 웅변하고 있다. 움베르트 에코의 작품으로는 소설 「장미의 이름」「푸코의 진자」「전날의 섬」이 있고, 동화 「폭탄과 장군」「세 우주 비행사」 등이 있다. 이론서로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의 문제」「열린 작품」「기호학 이론」「논문 작성법 강의」「「장미의 이름」 창작 노트」「대중의 슈퍼맨」「해석의 한계」「소설 속의 독자」「기호와 현대 예술」「해석이란 무엇인가」「중세의 미와 예술」「소설의 숲으로 여섯 발자국」「무엇을 믿을 것인가」 등이 있다. [리브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