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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싯다르타에 이은 세번째 헤르만 헤세의 작품......
기존 작품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는데....작품 소개를 읽으면서 '크눌프'가 헤세에게 어떠한 위치의 작품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크눌프는 작가인 헤르만 헤세가 아끼고 사랑하는 인물이다. 크눌프는 헤세의 여러 작품들 속의 주인공들과 형제이며 작가 자신의 분신이기도 하다......이 시기는 헤세가 결혼과 함께 안정된 생활을 시작하였으나 자신의 시민적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탈출을 시도했던 시기이며, 성찰적인 소설들이 풍성하게 발표된 창작 후반기로 접어들기 전의 과도기이기도 했다."(작품해설 中)
해설처럼 그동안 읽었던 성찰적인 소설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헤세의 작품은 내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카프카의 작품과 같이 자신 내면을 작품의 인물을 통해서 표현했지만, 그 느낌은 사뭇 다르다.....
헤세의 이미지는 깊은 명상의 결과로 얻게 되는 인생무상의 느낌을 담고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길은 결코 비관적이거나 부정적이지는 않다. 관조적이라고나 할까?
무두장이 로트푸스를 통해서는 직업과 가족이라는 평범하지만 안정적인 삶에서 자신 넘치는 모습을....
그의 아내에게서는 그런 평범한 무두장이 남편보다는 신선한 크눌프에게 끌리는 범부를......
베르벨레에게서는 새로운 삶에 대한 두려움, 외로움을 가지고 있지만 도도함을 잃지 않은 소녀의 모습을....
재단사 슐로터베크에게서는 자신이 가진 것을 깨닫지 못하고 불평을 늘어놓는 평범한 우리내 삶을......
크눌프의 눈을 통해서 관조적으로 그려나간다.....
하지만....크눌프는 그러한 사람들 속에서 성찰과 기쁨을 가져다 주면서도 어디에도 머물을 수 없는 존재.....
이 작품을 출간 한 후 4년 후에 '데미안', 7년 후에 '싯다르타'가 나왔다....
'크눌프는 삼십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던 헤세 그려낸 매력적인 인물인 샘이다.....
인생관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소설을 남기기 이전의 인물.....
그렇다면.....20대 후반에 쓴 '수레바퀴 밑에서'에서는 헤세의 어떤 모습을 발견하게 될까?
"나는 전지전능한 제세로 삶과 인간성에 대한 규범을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작가의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가는 그를 사로잡는 것을 묘사할 따름입니다. 크눌프 간은 인물들이 저를 사로잡습니다. 그들은 '유용'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해롭지도 않습니다. 더구나 유용한 인물들보다는 훨씬 덜 해롭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바로잡는 일은 나의 몫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만약 크눌프처럼 재능 있고 영감이 풍부한 사람이 그의 세계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크눌프 뿐만 아니라 그 세계에도 책임이 있다고."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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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그렇고 소원이란 건 재미있는 면이 있어. 내가 만일 지금 이 순간 고개 한번 끄덕이는 걸로 멋지고 조그마한 소년이 될 수 있고, 자네는 고개 한번 끄덕이는 걸로 섬세하고 온화한 노인이 될 수 있다면, 우리들 중 누구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걸."(67)
"부드럽고 매혹적인 형형색색의 불꽃이 어둠 속으로 높이 솟아올랐다가 금세 그 속에 잠겨 사라져버리는 모습은, 마치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안타깝게 그리고 더 빠르게 사그러져 버려야만 하는 모든 인간적 쾌락을 상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70)
"그는 사색적인 것을 좋아하는 자신의 성향이 결국엔 자신의 지식과 화술로는 감당할 수 없는 영역까지 자신을 몰고 간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정말 많은 책을 읽었고, 그 중에서도 특히 톨스토이의 책을 많이 읽기는 했지만 옳은 이론과 궤변을 항상 제대로 분간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마치 재능 있는 어린애가 어른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은 투로 학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그는 그들이 자신보다 더 많은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그들을 경멸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느 능력으로 어떤 올바른 일도 시작한 바가 없었고, 그렇게 많은 재주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어려운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72)
"모든 사람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데, 지신의 영혼을 다른 사람의 것과 섞을 수는 없어. 두 사람이 서로에게 다가갈 수도 있고 함께 이야기할 수도 있고 가까이 함께 서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들의 영혼은 각자 자기 자리에 뿌리 내리고 있는 꽃과도 같아서 다른 영혼에게로 갈 수가 없어. .....꽃들은 다른 꽃들에게 가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향기와 씨앗을 보내지. 하지만 씨앗이 적당한 자리에 떨어지도록 꽃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그것은 바람이 하는 일이야. 바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이곳 저곳으로 불어댈 뿐이지."(79)
"'보아라'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난 오직 네 모습 그대로의 널 필요로 했었다. 나를 대신하여 넌 방랑하였고, 안주하여 사는 자들에게 늘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씩 일깨워주어야만 했다. 나를 대신하여 너는 어리석은 일을 하였고 조롱받았다. 네 안에서 바로 내가 조롱을 받았고 또 네 안에서 내가 사랑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나의 자녀요, 형제요, 나의 일부이다. 네가 어떤 것을 누리든, 어떤 일로 고통받든 내가 항상 너와 함께 했었다.'"(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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