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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없는생각/삶의 지혜

뇌진탕

오늘 딸아이가 화장실에서 심하게 뒤로 넘어졌다....
걱정이 되어서 찾아본 자료....
별 탈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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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7 뇌진탕을 일으켰어요.
아이가 킥보드를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다가 속도를 줄이지 못해 보행자와 충돌하고 말았어요. 보행자도 다치고 아이는 뒤로 넘어져 뇌진탕을 일으켰답니다. 응급조치법을 알고 싶어요.

A 뇌진탕을 일으켰다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찰을 받아야 한다. 또한 진찰을 받은 뒤 집에 돌아와서도 48시간 동안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지 아이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깊은 잠이 들었을 때 평상시처럼 깨웠는데도 일어나지 않는다. 한두 번 이상 구토하거나 구토한 후 몇 시간 사이에 다시 토하기 시작한다, 한쪽 눈동자가 다른 한쪽보다 커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팔이나 다리를 예전과 같이 자연스럽게 사용하지 못하거나 걸음걸이가 불안정하다, 말소리가 똑똑치 않고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한다, 심한 두통을 호소한다, 물체가 이중으로 보인다고 말하거나 양쪽 눈동자가 각기 따로 움직인다, 경련이 일어난다, 깜짝깜짝 놀란다 등의 증상이 보일 때면 즉시 의사에게 연락하고 병원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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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진탕이란 무엇인가 ?
뇌진탕이란 머리를 강타 당함으로써 생기는 뇌의 손상입니다. 뇌진탕 후에 뇌는 잠시동안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뇌진탕은 사람의 정신을 잃게 하거나 기억상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뇌진탕은 의식을 잃지 않았을지라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뇌진탕은 심각한 것인가 ?
어떤 뇌진탕은 뇌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무의식 상태나 기억상실 상태가 길면 길수록 뇌진탕의 후유증은 더 심각해집니다. 의식도 잃지 않았고, 맞은 머리가 붓지 않을 지라도 중대한 뇌진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뇌진탕은 보통 심각하지 않으나 뇌에 영구적인 손상을 초래해서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가 ?
당신의 뇌진탕이 심각하지 않다면 진찰 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뇌진탕이 보다 심하면 주치의는 당신의 증세를 관찰을 하기 위해 입원을 권할 것입니다. 집에 간다고 할 지라도 혼자 남아 있어서는 안됩니다.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수 있는 다른 사람이 관찰해야 합니다. 지켜봐야 할 증상들과 주치의에게 연락해야 할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치의를 방문하거나 연락해야 하는 경우

  2번 이상 토하는 경우
  진통제를 한 번 복용한 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심한 두통
  혼란
  안절부절
  동공(눈동자의 까만부분)크기가 다를 때
  경련
  팔이나 다리를 사용하기 곤란할 때
  체온이 38℃이상
  목이 뻣뻣할 때
  이상한 말을 할 때
  코나 귀에서 출혈이 있을 때
  평시와 다른 수면을 취하거나 민첩성이 감소할 때

 

잠드는 것은 괜찮은가 ?
뇌진탕 후에는 졸릴 수 있습니다. 이런 수면은 뇌진탕이 일어나기 전에 한 활동<예를 들면 운동경기> 때문에 피곤할 수도 있고, 뇌진탕 때문에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2시간마다 깨워서 정상 때처럼 쉽게 일어날 수 있는 한 잠드는 것은 괜찮습니다.
깨워서는 출생일, 나이, 전화번호 등을 물어 봅니다. 쉽게 깰 수 없거나 질문에 바르게 답할 수 없다면 주치의에게 연락하십시오.

 

나중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는가 ?
뇌진탕을 받은 적이 있으면 다음 번 뇌진탕 시에는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뇌진탕 후에 머리 손상을 피하도록 더 주의하십시오.

 

머리 엑스레이 촬영이 필요한가 ?
대개의 경우 필요 없습니다. 뇌 손상을 받았다면 보통 엑스레이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주치의가 당신이 보다 심한 손상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CT나 MRI 촬영을 권할 것입니다.

 

통증에 약을 먹어도 되는가 ?
주치의가 허가할 때만 그렇습니다. 어떤 약은 졸리게 해서 실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얼마동안 관찰을 받아야 하는가 ?
24시간 관찰을 받아야 합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들은 뇌진탕 후 첫 24시간에 나타납니다.

 

언제 운동이나 일에 복귀할 수 있는가 ?

  • 뇌진탕이 심하면 심할수록 운동이나 일을 그만둬야 합니다.
  • 다음은 일반적인 지침입니다.
  • 아주 가벼운 뇌진탕이면 20 ~30분내에 정상 활동에 복귀할 수 있다.
  • 의식을 잃거나 기억상실이 있으면 1주일동안 운동이나 일에 복귀할 수 없다.
  • 심한 뇌진탕이면 최소한 1개월간 운동을 할 수 없다.
  • 이번이 2번째 또는 3번째 뇌진탕이면 더 오랫동안 운동을 멀리해야 한다. 정상활동을 다시 시작하기 전에 휴식중이나 운동 중에 두통, 현기증, 집중곤란, 혼동 또는 기억상실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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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뇌진탕이란?


    뇌와 머리의 생김새는 마치 비닐주머니 속에 물과 두부를 넣고 이 것을 통째로 다시 상자에 넣은 모양과 비슷합니다. 이 상자를 조금 높은 곳에서 떨어 뜨리면, 단단한 상자와 질긴 가죽 주머니에 싸인 뒤 다시 물속에 담았기 때문에 두부는 망가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물속에 담겨있기 때문에 두부가 안에서 흔들리게 됩니다. 이렇게 흔들리는 현상을 진탕이라고 하며, 뇌진탕은 말 그대로 ぢ뇌가 흔들렸다(진탕)っ는 뜻입니다. 곧 뇌가 아무런 손상을 받지않고 단지 흔들리기만 한 상태를 뇌진탕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뇌가 흔들린 동안에는 뇌가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다쳤는지를 알지 못하고, 또 기억하지 못합니다. 보통은 수 초 에서 수 분동안 정신을 잃게 되지만 수 시간 동안 정신을 잃기도 합니다. 정신을 잃은 기간이 조금 길더라도 6시간을 넘지 않으면 뇌진탕이라고 합니다.


    2) 어떻게 다치면 뇌진탕이 되나요?


    머리를 다치면 모두 뇌진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뇌진탕은 반드시 뇌가 흔들려야 생깁니다. 생각하기 끔찍한 경우들이긴 하지만 만약 압력기 사이에 머리가 끼어 아주 센 힘으로 눌렸다면, 머리뼈가 부러지거나 뇌가 눌려 목숨을 잃는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뇌진탕은 생기지 않습니다. 또한 머리에 못을 박았을 때는 못이 머리뼈를 뚫고 뇌에 박혔다고 하더라도 머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뇌진탕은 생기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야구공에 머리를 맞아 순간적으로 머리가 흔들리면 뇌진탕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이론적으로는 직접 머리를 부딛히지 않더라도 머리가 순간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면 뇌진탕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머리가 움직일 때의 속도가 매우 빠를 때만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보기 어렵습니다.


    3) 어떤 증상들이 생기나요?


    뇌진탕후에 생길 수 있는 증상들은 매우 많고, 그 정도도 서로 다릅니다. 뇌진탕의 증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뇌진탕 자체로 말미암아 생기는 고유증상이고, 다른 하나는 뇌진탕과 자주 함께 나타나는 부수증상 들입니다.

    뇌진탕의 기본적인 증상(고유증상)으로는 ①혈압, 맥박, 호흡, 등 생명징후의 변화, ②의식 변화, ③기억장애, 그리고 ④운동과 반사기능의 장애등을 들 수 있습니다. 생명징후의 변화로는 혈압이 떨어지고, 맥박이 늦어지며,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현상들이 생길 수 있지만, 대부분 수 초동안 생겼다가 곧 회복되기 때문에, 대부분은 잘 느끼지 못하고 넘어갈 때가 많습니다. 의식변화는 잠깐 동안 정신을 잃거나, 사람이나 장소 또는 시간을 알지 못하는 현상을 말하며, 대부분 수 시간 안에 정신을 차리고, 사람이나 장소 또는 시간도 제대로 알아보게 됩니다. 기억장애는 환자 스스로 느끼는 증상 중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대부분 어떻게 다쳤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며, 나중에 정신을 차린 뒤에도 그 때 기억을 영원히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외상후 기억상실이라고 하며, 기억상실 기간이 아주 짧은 경우에는 본인이 느끼지 못 할 때도 있습니다. 보통은 다쳤을 때와 다치고 난 뒤에 일어난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지만, 때로는 다치기 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운동과 반사기능의 장애는 눈동자가 커지고, 온 몸에 힘이 빠지거나, 쓰러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생겼다가 없어집니다. 권투 시합 중 올려치기나 돌려치기에 맞으면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힘이 풀리며 쓰러집니다. 대부분 다운되더라도 열을 세기 전에 비실비실 일어나 한숨을 돌리고 나면, 다시 싸우겠다고 합니다. 아주 세게 얻어 맞아 케이오(KO; knock out)가 되더라도, 나중에는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바로 이 현상이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뇌진탕입니다. 이처럼 정신을 잠깐 잃는 현상이 뇌진탕의 주 증상이며, 다치고 나서 곧바로 나타나고, 그 정도도 다친 직후가 가장 심합니다.

    하지만 뇌진탕으로 병원에 오는 경우에는 머리가 아프고(두통), 어지럽고, 속이 미싯거리고(오심)과 여러 차례 토하는(구토) 등 여러 증상들을 호소하게 됩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뇌진탕의 고유증상은 아니고, 뇌진탕과 함께 다른 부위가 다치거나 다른 원인에 의해 생기는 부수증상 들입니다.

    두통은 정신을 잃었었다는 호소와 함께 뇌진탕을 입은 환자가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입니다. 두통은 머리를 다칠 때, 얼굴이나 두피(머리의 살갗)가 함께 다쳐서 아프기도 하고, 때로는 목이 갑자기 앞뒤로 심하게 움직인 바람에 뒷 목이 뻣뻣해서 생기기도 합니다. 물론 뇌가 흔들린 뒤에는 머리뼈 속의 압력(두개강 내압)이 높아져서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두통은 대부분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덜해지게 됩니다. 하지만, 처음엔 덜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점점 심해지는 경우는 처음에는 잔뜩 긴장했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했다가, 나중에 마음이 풀리면서 불편을 한꺼번에 느끼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합병증이나 후유증에 대한 불안감이나, 사고에 대한 기분 나쁜 기억, 또는 불쾌감,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어지러움은 주변 환경이 움직이는 느낌, 또는 자신이 움직이거나 붕 뜬 느낌, 등으로, 증상이 계속되기 보다는 덜했다 더했다하거나 있다가 없다가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증상은 자세나 머리위치를 갑자기 바꿀 때 흔히 생깁니다. 평형감각에 관여하는 제 8 뇌신경이나 속귀(내이)의 전정기관이 다쳐서 예민해지기 때문일 때도 있으나, 대부분 일과성이며 뇌진탕의 고유 증상은 아닙니다.

    오심과 구토도 흔히 생길 수 있는 증상 중의 하나로 머리뼈 속의 압력(두개강내압)이 높아져 오기도 하고, 구토중추가 자극을 받아 생기기도 합니다. 대부분 시간이 갈수록 덜해지지만 점점 심해지거나 너무 잦을 때는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그외에도 눈이 침침하다던가 둘로 보인다는 경우도 있으며, 귀울음(이명), 주변 소음에 민감해짐, 등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부수증상들은 대부분 그 자체로는 따로 치료를 해야할 만큼 중요하지 않고, 시간이 가면서 저절로 없어지기도 합니다.


    4) 뇌진탕만으로도 죽을 수 있나요?


    뇌진탕은 뇌 자체는 망가지지 않고 흔들리기만 한 가벼운 손상을 말합니다. 그래서 머리를 조금 심하게 다친 경우라면 거의 대부분 뇌진탕은 다른 손상과 함께 동반됩니다. 곧 머리를 다치면 어느 한 가지 손상만 생기기 보다는 여러 종류의 손상이 함께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머리 속에 피가 고여 수술을 해야 하는 사람도 두개강내 혈종(머리속의 피덩어리)만이 아니라, 뇌진탕도 함께 입은 경우입니다.

    머리를 다친 뒤에 뇌나 머리에는 여러가지 변화가 올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머리 속에 피가 고이는(혈종) 경우도 있습니다. 다치고 난 뒤 곧바로 피가 고인 경우에는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이를 알아낼 수 있지만, 드물게 천천히 피가 고이거나 처음에는 피가 나지 않다가 나중에 고일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천천히 피가 고여서, 머리 속에 피가 고인 줄 몰랐을 때 목숨을 잃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에는 뇌진탕 때문에 사망한 게 아니고 머리 속에 피덩어리(두개강내 혈종)가 생겨, 이 피덩어리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됩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예외적인 경우로 모든 뇌진탕이 다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뇌진탕은 다치고 나서 곧바로 나타나고, 그 정도도 다친 직후가 가장 심합니다. 그래서 다치자 마자 정신을 잃었다가 시간이 지나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그러나 머리 속의 피덩어리는(혈종)는 다치고 난 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서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환자는 처음에 뇌진탕으로 정신을 잃었다가 뇌진탕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렸지만, 피덩어리가 커지면서 다시 정신을 잃게 됩니다. 이럴 때, 환자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정신을 잃은 줄 모르고 긴장이 풀리면서 잠을 자는 줄 압니다. 뒤늦게 잠을 자는 게 아니고, 혼수상태인 줄 알았을 때가 바로 위험합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관찰기간을 두어 2-3일간 별다른 변화가 없는가를 지켜보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뇌진탕 환자가 다 그런 위험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뇌진탕의 90%이상은 그런 위험이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 위험이 있는지, 그리고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이 책의 다른 부분에서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다만 뇌진탕은 뇌 자체는 망가지지 않고 흔들리기만 한 가벼운 손상을 말하기 때문에, 100% 회복됩니다. 따라서 뇌진탕만으로는 사람이 죽지 않습니다. で뇌진탕으로 죽었다더라と는 소문은 잘 못 알려졌거나, 과장된 헛소문입니다.


    5) 뇌진탕을 여러 차례 받으면 어떻게 되나요?


    뇌진탕은 뇌 자체는 망가지지 않고 흔들리기만 한 가벼운 손상을 말합니다. 그래서 눈(肉眼)으로 보아서는 뇌에 아무런 손상이 없습니다. 그러나 현미경으로 보았을 때는 아주 작은 상처들이 남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상처들은 실제로 어떤 증상을 만들 만큼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처가 자주 되풀이 되면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펀치 드렁크(punch drunk)라는 병입니다. 이 병은 권투선수들 가운데서 발생하는 병으로, 수없이 얻어맞아 다운이 잦은 선수가 판단력이 흐려지고 기억력이 떨어지며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마치 で가랑비에 옷 젖는と 식이라 할 만 합니다. 그렇지만 이 병은 직업적으로 머리를 되풀이하여 다친 경우에만 볼 수 있고, 또 권투선수들 중 아주 적은 일부에서만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일반 사람들 한테서는 이런 병이 생기기 어렵고, 세계적으로 아직까지 생겼다는 보고도 없습니다.


    2. 뇌진탕으로도 바보가 되나요?


    뇌진탕은 단순히 뇌가 흔들린 경우를 말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따라서 뇌가 흔들렸던 동안에는 뇌도 아무런 일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친 순간을 제대로 기억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다쳤는지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억력이 떨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바보가 되는 것은 아닌가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친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뇌진탕의 고유증상으로 뇌진탕이 있었다면 당연히 기억할 수 없습니다. 만약 어떻게 다쳤는지를 제대로 다 기억할 수 있다면 뇌진탕이 없었거나 아니면 아주 가볍게 흔들린 경우가 됩니다. 옛날 우리나라의 집들은 문이 낮아 허리를 굽혀야 방안출입이 가능했습니다. 그때는 문지방에 머리를 찧는 일도 흔했습니다. 문지방에 머리 찧었다고 그 사람들이 다 바보가 됐나요? 한두번의 뇌진탕으로 바보가 되지는 않습니다.


    3. 머리뼈가 부러지면 수술해야 합니까?


    1) 머리뼈에 금이 갔다는데요.


    머리뼈는 머리를 단단한 물체에 부딛혔을 때 부러질 수 있습니다. 머리뼈가 부러진 경우를 두개골 골절이라고 합니다. 흔히 で부러지지는 않았고 금만 갔다と는 이야기를 합니다만 금이 간 경우도 바로 골절을 뜻합니다. 두개골 골절은 줄을 긋듯 금만 간 골절(선상골절)은 물론, 톱니처럼 맞물린 자리(봉합)가 벌어지기도 하고(이개골절), 여러 조각으로 부러져 안 쪽으로 들어 박히기도 하고(함몰골절), 구멍이 뻥 뚤리기(천공)도 합니다. 곧 어떻게 다쳤냐에 따라 여러 형태의 골절이 생깁니다. 머리와 부딛힌 물체와 접촉면이 작은 경우에는 부러진 뼈 조각이 안쪽으로 들어박힌 함몰골절이 발생하고 접촉면은 아주 작으나 가해진 힘이 매우 크면 구멍이 뚤린 천공이 발생합니다(묶음 셋 참조). 대부분의 선상골절은 접촉면의 크기가 중간 정도일 때 발생하고, 접촉면이 너무 크면 두개골 전반으로 그 힘이 분산되기 때문에 골절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머리뼈의 아랫부분을 부딛히거나 얼굴이나 턱을 부딛히면 머리 바닥뼈가 부러져 두개저 골절(頭蓋底骨折; basal skull fracture)이 생기도 합니다.


    2) 머리뼈가 부러지면 위험한가요?


    두개골 골절은 대부분 심한 두부외상으로 알고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거꾸로 골절이 없다고 해서 가벼운(경도) 손상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뇌나 머리 속에 다른 손상은 없고 머리뼈만 부러졌을 때는 별다른 위험도 없고 치료도 필요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머리를 다친 뒤 목숨을 잃은 사람 5명 중 한 사람(20%)은 골절이 없습니다. 그래서 두개골 골절만으로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두개골 골절이 생기는 비율은 조사한 사람에 따라 서로 다릅니다. 외국 사람들의 보고는 머리를 다친 뒤 입원한 환자의 10%(열명 중 하나)에서 두개골 골절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큰 종합병원에서 조사한 자료는 조금 더 높아서 20-30%(열명 중 두셋)에서 발견된다고 합니다. 합병증이 없는 단순 두개골 골절은 그 자체를 치료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두개골 골절이 있을 때는 골절이 없을 때 보다는 뇌나 머리 속(두개강내)에 이상이 있을 위험이 더 큽니다. 골절이 없을 때는 65%가 뇌전산화단층촬영(CT)상 이상 소견이 없고 35%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만, 골절이 있을 때는 70%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어 위험율이 2배나 높습니다. 따라서 두개골 골절만으로 심한 손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골절이 있으면 골절이 없는 경우보다 위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두개골 골절이 있는 경우에는 입원 관찰을 요합니다.


    3) 머리뼈가 부러지면 수술해야 합니까?


    머리뼈가 부러진 것만으로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두개골 골절이 곧 뇌손상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머리뼈가 부러지면서 혈관이 찢어지거나, 부러진 뼈 조각이 함몰되면서 뇌막이나 뇌를 다치면 뇌가 손상을 입게 됩니다. 이처럼 합병증을 만든 두개골 골절은 수술해야 합니다. 특히 경막외혈종(묶음 여섯 참조)은 두개골에 골절이 있을 때 잘 생기며, 이 혈종이 뇌를 누르거나 밀어낼 경우라면 수술이 필요합니다. 두개골 골절중에서도 함몰골절이나 뇌척수액루를 동반한 두개저 골절은 수술해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4. 머리 다친 뒤에 토하면 위험하다?


    속이 미싯거리고(오심) 몇 차례 토하는 일(구토)은 머리를 다친 뒤에 흔히 보는 증상입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일 경우에는 어른 보다 훨씬 더 자주 토합니다. 그런데 오심과 구토는 머리뼈 속의 압력(두개강내압)이 높을 때 나타나는 세 가지 큰 증상 중 하나로 알려진 만큼, 일반인들은 물론 의사들도 나쁜 증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물론 머리를 다친 뒤에 정신이 흐릿해지면서 여러 차례 토하면 곧 바로 병원에 가보셔야 합니다. 그러나 정신이 말짱하면서 두세번 토할 때는 구토 자체가 머리 속의 피덩어리(두개강내 혈종)를 의미하거나, 예후가 나쁠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의 경우에는 구토의 원인이 머리뼈 속의 압력(두개강내압)이 높아서 생기기 보다는 구토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이 머리를 다친 뒤에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머리를 다친 뒤에 토하면, 병원에 가보시는 것이 더 좋습니다. 위험한지 안한지를 의사로 부터 직접 들음이 더 안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토할 때 잘 못하여 음식물 지꺼기나 뱃 속에서 나온 물질이 숨구멍(기도)이나 허파(폐)로 들어가면 폐렴이 생길 수도 있고, 여러 차례 구토를 되풀이하면 몸 속에 있는 물(수분)이 빠져나가 탈수(脫水; dehydration)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병원에 가보시도록 하십시요.


    5.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합니까?


    우리 몸 가운데 어느 하나도 없으면 안될 중요한 부분들이지만, 그중에서도 머리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물론 머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두부외상이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며, 모든 두부외상을 반드시 전문의가 진찰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영국의 Miller 교수에 의하면, 영국에서는 두부외상 환자의 3-35%만 신경외과에 입원한다고 합니다. 65-97%의 환자는 신경외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머리를 다친 환자중 60-80%는 경도 두부외상에 속합니다. 머리를 다친 뒤에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의 대부분은 치료보다는 관찰이 큰 이유이며, 보통 72시간(3일) 정도의 관찰기간이 지나면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생길 가능성이 열명중 하나도 안됩니다. 두피에 생긴 상처는 의사라면 누구나 치료할 수 있습니다. 북적거리는 대형 종합병원이나 전문의를 꼭 찾아갈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라면 하나 사기위해 서울 백화점까지 가야합니까?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60-80%의 두부외상 환자가 개인의원에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경도(輕度) 두부외상이라고 합니다. 꽃을 심는데는 꽃삽으로 충분합니다. 포크레인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6. 신경성이라고 하는데 정말로 아파요.


    머리를 다치고 난 뒤에 병원에서는 더 이상 치료할 만한 질병이 없다고 하는데 환자의 증상은 계속될 때가 많습니다. 이 때 흔히 듣는 이야기가 소위 ぢ신경성っ이라는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ぢ신경성っ을 で아프다고 생각하니까 생기는 병이며, 아프지 않다고 생각하면 안아파야 하는 병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신경성이란 말은 그렇게 단순한 말은 아닙니다.

    어떤 사고가 되었든, 다칠 때는 몸과 마음이 함께 다칩니다. 몸이 다친 것은 진찰과 여러 방법의 검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알아내기 쉽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다친 것은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마음은 왜, 어떻게, 얼마나 다쳤는지는 물론, 그 사람의 성격과 의학상식, 현재의 처지, 그리고 가까운 앞날의 여건까지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더구나 사고는 꿈이나 기억, 또는 사고 상황을 설명하면서도 여러 차례 되풀이하여 겪게 됩니다. 그러면서 정신을 잃었을 동안에 정말 무슨 일이 있었을지, 그리고 앞으로 별다른 문제는 없을른지 불안해 합니다. 만약에 다치고 난 뒤에 일어날 일들과 앞날을 자신이 모두 자세히 알고 있다면, 전혀 불안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전문지식이 없을 때는 불안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의 여러 부위를 점검하게 됩니다. 여기는 괜찮은지, 저기는 괜찮은지...... 그러다가 이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불안감은 더욱 심해집니다. 이상한 것 같다는 생각은 되풀이하면 할수록 틀림없이 이상하다로 바뀌면서 잘못된 믿음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불안한 마음은 거의 모든 일에 의심을 갖게 합니다. 혹시 나를 치료해 주는 의사가 오진하지는 않았는지, ?찮을 것이라는 의사의 말을 정말 믿어도 될른지, 나중에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생기지는 않을른지...... 등, 등, 한번 불안해진 뒤에는 생각하면 할수록 불안감이 더 커지게 됩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다치고 난 뒤에 여러 사람 들이 문병을 다녀갑니다. 그리고 어떻게 다쳤는지를 묻습니다. 환자는 사고 경위를 설명하면서 다시 한 번 끔찍했던 사고를 마음속으로 또 겪게 됩니다. 정말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고, 조금만 더 잘못 되었으면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고 치를 떨기도 합니다. 기분 나쁜 불쾌한 기억을 자꾸 상기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문병객들은 주변에서 비슷한 사고가 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문제가 됩니다. ぢ교통사고는 후유증이 무섭다더라っ, ぢ머리는 다치기만 하면 꼭 후유증을 남긴다더라っ, ぢ아무게네 누구는 2년 전에 다쳤는데 지금도 항상 아프다더라っ, 심지어는 ぢ병원에서 괜찮다고 해서 퇴원했는데, 얼마 전에 집에서 죽었다더라っ...... 이런 이야기들은 문병객이 환자를 걱정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환자에게 겁을 주는 이야기가 됩니다. 곧,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환자에게 ぢ너 지금은 ?찮은 것 같지만, 너도 집에 가면 죽어버릴 수 있다!っ고 하는 말과 다름이 없습니다. 문병객이 환자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하는 말은 결국 환자의 불안감을 더 키울 뿐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불안감이 증상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작은 증상을 크게 키우기도 하며, 세월이 지난 뒤에도 계속 괴롭히는 근본 원인이 됩니다.

    그래도 몸에 이상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아프지, 어떻게 마음만 가지고 그렇게 아플 수가 있단 말인가 하고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 그런 의심이 사라질 수도 있지만, 환자의 성격과 의학상식에 따라서도 다르기 때문에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보기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잘 놀고 있던 아이를 불러서 で운다, 운다, 운다と하고 몇 차례 몰아 세우면 그 아이는 울어버리고 맙니다. 아주 간단한 최면입니다. 이상한 것 같다는 자기 암시가 되풀이 되면서 자기 최면에 빠지고 맙니다. 머리를 다친 환자에게 で합병증, 후유증, 합병증, 후유증......と, 하고 불안감을 키워주면,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생기고 맙니다. 문병객들이 흔히 말하는 합병증이나 후유증의 거의 대부분은 바로 이런 증상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래도 마음이 아니라 몸의 이상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한 가지 보기를 더 들겠습니다. 흔히 보는 일은 아니지만 상상임신이라는 병이 있습니다. 분명히 아기를 갖지 않았는데도 젖이 나옵니다. 마음만으로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생각 하나 때문에 호르몬 분비가 달라지는 기적 같은 일도 생깁니다.

    실제로 ぢ병원에서 괜찮다고 해서 퇴원했는데, 얼마 전에 집에서 죽었다っ는 사람을 보았다고요? 물론 그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문 일입니다. 말하자면 남대문 시장에서 동전을 주었을 때, 처음 부터 미국 동전이나 일본 동전일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장님이 코끼리 만진 이야기를 아시겠지만, 코끼리는 기둥 같이 생긴 다리, 밧줄 같이 생긴 꼬리, 벽처럼 생긴 배, 몽둥이 같은 상아, 그리고 부채 같은 귀도 있습니다. 장님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져 본 경험을 아주 실감나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코끼리 한 마리를 다 알지 못합니다. 꼬리를 만진 장님이 코끼리는 밧줄 같이 생긴 동물이라고 우긴다고 해서 코끼리가 밧줄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전문지식을 갖지 않은 사람이 작은 경험만으로 모두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하거나, 코끼리를 밧줄처럼 이해하도록 이야기해서는 안됩니다. 더구나 불안해 하는 환자에게 그런 이야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머리를 다친 뒤에 생기는 여러 증상들의 가장 큰 원인은 불안감이지만, 불안감 말고도 영향을 주는 것들이 많습니다. 때로는 자신의 잘못으로 다치지 않고 다른 사람에 의해 다친 경우, 특히 폭행에 의한 경우에는 가해자에 대한 미움과 화(울분)가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뺨을 한대 맞았을 때, 그 아픔은 잠깐이지만, 억울하거나 분할 때는 세월이 오래 지난 뒤에라도 그 때를 생각할 때 마다 울화가 치밀고 가슴이 뛰며 못 견디게 만듭니다. 그 때를 생각하지 않거나, 또는 그 때 일어난 일을 이미 마음속에 두지 않았다면 아무런 증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증상을 만든 사람은 결국 화를 내는 바로 자신입니다. 의사는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는 화를 내지 말라고 알려주는 일 이상을 하기 어렵습니다. 화를 내고 안내고는 의사의 마음이 아니라 환자 스스로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진료에 대한 불만, 곧, 환자는 매우 심한 손상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의사는 가벼운 두부외상이라고 하면서 잘 보아주지도 않고 관심을 별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증상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들은 결국 성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기중심적인 성격일 때 위와 같은 일이 잘 생깁니다. 때로는 손해배상이 적절하지 않았을 때나 합의가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을 때, 또는 입원함으로써 자신이 해야할 중요한 의무를 하지 않아도 될 때에도 증상이 계속 됩니다. 분명히 증상은 있습니다. 없는 증상을 거짓말로 있다고 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증상은 몸의 고장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마음이 건강하지 않아서 오는 증상들 입니다. 이런 경우를 흔히 신경성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신경을 안쓴다고 증상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격이나 잘못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잠시 좋아지더라도 다시 생기곤 합니다.

    왜 치료해도 잘 낫지 않을까요? 몸이 아닌 마음을 치료해야 하는 데, 마음을 치료하겠다고 하면, 몸을 치료해달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환자들이 자신의 마음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미친 사람 취급하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으라고 하느냐?고 하면서 정신과 치료를 거부합니다. 몸을 치료하기 보다도 마음을 치료하기는 어떻게 보면 더 어렵습니다. 의사의 마음이 아니라 환자 스스로의 마음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며, 환자의 마음은 의사가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7. 입원은 어떨 때 하나요?


    머리를 다친 뒤 반드시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경우는 혼수상태인 경우, 전신 마취를 하여 수술이 필요한 경우, 그리고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변동할 위험이 있어 집중적인 감시가 필요한 경우, 등입니다. 물론 두개골에 골절이 있거나 정신이 말짱하지 않을 때에도 입원이 필요합니다. 물론 머리가 아닌 부분을 함께 다쳐서 거동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입원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의식이 명료하고 두개골골절이 없으며 진찰소견상 이상 소견이 없거나, 또는 뇌전산화단층촬영과 같은 검사를 통해 두개강내 손상이 없음을 확인한 경우라면 구태여 입원할 필요가 없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안정가료를 위해 입원을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리를 다친 사람은 모두 안정가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물론 뇌진탕에 동반된 급성기의 증상들은 안정가료를 하면 저절로 좋아지기도 합니다. 급성기의 증상이 심하여 일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육체적 또는 정신적 활동의 제한이 회복을 촉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벼운 증상인 경우에는 안정가료가 꼭 필요하지는 않으며, 반드시 병원이라야 안정가료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입원에 따른 불편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회복하는 기간도 길어지는 게 보통입니다. 안정가료 못지않게 일상적인 생활의 리듬을 가급적 조기에 되찾도록 해주어야 회복이 빠릅니다. 되도록 빨리 일상적인 활동을 시작해야 회복이 빠릅니다. 맹장염(의학용어로는 급성 충수돌기염) 수술을 하고 난 뒤엔 가만히 누워있는 게 편한 줄 의사들도 압니다. 그러나 일부러 기침을 하게하고, 아픈 배를 움켜쥐고 빨리 걸으라고 재촉합니다. 조금 불편한 줄 알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회복이 더 빠르기 때문입니다. 안정가료는 대부분 수 일간이면 충분하며, 가장 힘이 덜 드는 활동부터 서서히 적응하도록 하고, 별 문제가 없으면 점차 활동을 증가시켜도 됩니다. 또한 환자가 스스로 다치기 전과 동일하다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 안정가료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하루라도 빨리 활동적으로 일상생활을 해나가도록 격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이러한 활동이 증상을 악화시킬 때는 적절한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8. 정말 퇴원해도 괜찮을까요?


    병원에서 퇴원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면 물론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으나, 대부분의 환자가 보호자가 '정말 퇴원해도 괜찮을까요?'하고 묻습니다. 대부분의 사고가 예고없이 생기듯, 졸지에 가장 중요하다는 머리를 다쳤으니 합병증이나 후유증에 대해 불안해 함은 당연한 것입니다. 게다가 두부외상은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흔하다고도 하고, 또 몇달 지난 뒤에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는 소문도 들었으니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합병증이나 후유증은 머리를 다친 사람중 심하게 다쳤던 몇사람에서 생길 뿐만 아니라(묶음 여섯, 일곱 참조) 거의 대부분(80-90%)이 다치고 난 뒤 3일 이내에 생깁니다. 막연히 불안해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은 병원에 며칠 더 입원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9. 병원에서는 퇴원해도 좋다지만 계속 아픈데요.


    머리를 다치고 난 뒤 처음 얼마동안은 위(7번 질문)에서 말씀드린 이유들로 입원하게 됩니다. 물론 거의 대부분은 치료보다는 관찰을 하기 위함이 더 큰 이유입니다. 급성기가 지나고 난 뒤에는 거동이 불가능한 경우,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경우, 또는 안정가료나 관찰이 계속 필요한 경우에는 계속 입원해야 합니다. 그러나 혼자서도 밥을 먹을 수 있고, 화장실에 가서 대소변을 가리며, 약만 먹고 있는 상태라면 퇴원하셔도 됩니다. 퇴원은 치료가 끝났음을 뜻하지 않습니다. 치료는 통원치료를 통해 계속됩니다. 다만 반드시 입원해서 치료할 만큼 중하지 않은 상태라는 뜻일 뿐입니다. 입원은 증상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실 병원에 입원하는 기간은 환자 자신의 인생에서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시기가 아니라 잃어버리는 기간입니다. 다쳐서 치료한 기간 만큼 인생이 더 늘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만큼 더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치료를 하는 근본목표는 사회복귀입니다. 병원에서 평생을 보내기 위해 치료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렇다면 하루라도 빨리 사회에 나가 다시 적응해야 합니다.

    영국에서는 머리를 다친 모든 환자의 신경외과 평균 입원기간이 3.7일에 불과하며, 특히 뇌진탕만 있는 경우에는 1.6일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도 3일이내 퇴원이 41.3%, 4-7일 사이가 31.3%로 72.6%가 1주일 이내에 퇴원한다고 합니다. 저자가 조사한 바로는 우리나라에서는 1주일 이내가 39.4%밖에 되지 않으며, 적어도 30% 정도는 불필요한 입원을 하고 있습니다.


    10. 합의를 한 다음에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생기면 어떻게 하죠?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은 합병증이나 후유증을 두려워하고, 불안해 합니다. 현재의 상태 보다도 나중에 다른 문제가 없겠는가를 확인하고 싶어하며, 바로 이러한 문제로 인해 불필요하게 장기 입원을 하거나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 지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치료를 종결하고 합의를 마친 뒤에라도 지금의 외상으로 인해 발생한 합병증이나 후유증은 계속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교통사고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를 했더라도 예기치 못한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뒤늦게 발생하였다면 가해자는 이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1994. 8. 22. 조선일보; 서울민사지법 66단독)는 판결이 있었습니다. 또한 후유증이나 합병증은 소문 만큼 흔하지 않습니다. 만에 하나 생기더라도, 생기면 합의를 다 한 뒤라도 다시 치료받으실 수 있습니다.


    11. 엑스레이는 다 찍어야 하나요?


    엑스레이는 단순 방사선촬영으로 두개골 골절을 진단하는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두부외상환자에 대해 시행되어온 기본적 검사방법입니다. 두개골 골절이 있는 경우는 골절이 없는 경우보다 뇌손상이 있을 가능성이 크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두부외상을 선별(選別; screening)하는 방법으로 두개골 단순촬영은 필요하다고 합니다. 또한 단순 촬영만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선별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아직은 많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의식이 나쁘거나, 진찰했을 때 이상 소견이 있다면 찍어보는 쪽이 안전합니다. 그러나 두개골 단순촬영은 뇌손상을 직접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엑스레이로 진단할 수 있는 소견은 결국 두개골에 골절 여부, 곧 머리뼈가 부러졌느냐 아니냐입니다. 그러나 두개골 골절이 뇌손상과 반드시 일치하지도 않고, 또 골절 자체는 치료할 필요가 없으며, 응급실에 온 환자중 정신이 말짱하고, 진찰했을 때 아무런 이상 소견이 없는 환자의 두개골골절의 발견율이 1% 미만인 점, 등을 들어 모든 환자를 다 찍을 필요는 없다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진찰만으로도 99%는 골절 여부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구태여 불필요한 방사선에의 노출될 필요도 없고, 불필요한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두개골은 어딘가에 부딛치지 않고는 부러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머리나 얼굴 어딘가에 반드시 부딛친 흔적이 있습니다. 만약 전혀 부딛친 흔적이 없다면 머리뼈가 부러졌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또한 정신이 말짱하고 진찰했을 때 머리뼈를 부러뜨릴 정도의 이상 소견이 없다면 찍지 않아도 됩니다.


    12. 컴퓨터(CT; 씨티)는 어떨 때 찍나요?


    뇌전산화단층촬영은 두부외상은 물론 뇌의 다른 여러 질병의 진단에도 뛰어난 검사방법입니다. 특히 급성기 두부외상의 진단에는 가장 뛰어난 검사방법입니다. 그러나 머리 다친 사람은 누구나 찍어야할 검사는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아보고 싶어하지만, 실제로 검사를 해야 할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신경외과 의사인 Miller 교수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머리를 다쳤지만 머리뼈가 부러지지 않았고 정신이 말짱한 어른이 뇌전산화촬영을 찍었을 경우 7,866명 중에 한 사람 꼴로 이상 소견이 발견된다고 합니다(묶음 셋 참조). 어린이들은 그 보다도 더 낮아 정신이 말짱하고 두개골 골절이 없다면 12,559명 중 하나가 위험합니다.

    실제로 환자를 진료할 때, 많은 사람들이 뇌전산화단층촬영을 찍어보고 싶어 합니다. 특히 교통사고처럼 치료비를 본인이 부담하지 않을 때는 왜 안찍어주냐는 항의를 받을 때가 많습니다. 위에 있는 자료를 보여 드리고 찍어봐야 정상소견이 나올 게 뻔하다고 설명을 해도, 환자가 요구하면 찍어야할 것 아니냐고 우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의사가 과잉진료를 해서 진료비를 과다청구한다는 신문보도도 있습니다.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 마구잡이로 찍어서 병원이 검사비용을 챙긴다는 주장입니다. 환자로 부터는 보험회사와 짜고 찍어주지도 않는다는 불평을 듣게 되고, 일반 국민의 눈에는 과잉진료를 하는 부도덕한 의사로 비치고 맙니다. 의사는 마치 양쪽에서 뺨을 맞는 꼴이 됩니다. 불필요한 진료를 할 필요도 없고 보험회사와 짤 필요도 없으며, 환자를 오진하거나 치료를 잘 못해서 의사가 득을 볼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이러한 여건을 충분히 이해하시고 의사를 믿어 주십시요.


    13. 비싼 검사일수록 정확한가?


    머리를 다친 뒤에 할 수 있는 검사방법은 많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들은 다 나름대로의 장점과 단점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검사를 할 것인가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고, 무엇을 보려고 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은 전문가, 곧 의사의 결정에 맡겨야 할 것입니다. 비용으로만 따지면 자기공명촬영이 가장 비싸지만, 두개골 골절을 진단하는 데는 가장 싼 단순 방사선촬영이 가장 뛰어납니다. 다치고 난 뒤 곧 머리속에 피가 난 경우(급성기 두개강내 혈종의 진단)에도 자기공명촬영보다는 뇌전산화단층촬영이 더 뛰어납니다. 우스개 소리로 가방이 크다고 공부를 잘하는 게 아니고 연필 좋다고 글씨 잘 쓰는 게 아니듯이, 무조건 비싸다고해서 더 정확한 검사는 아닙니다.


    14. 큰 병원에서 찍은 사진이 작은 병원에서 찍은 사진 보다 더 좋다?


    사람들은 누구나 최고를 좋아합니다. 가장 큰 병원의 가장 최근의 장비로 가장 비싼 검사를 하고, 가장 훌륭한 의사의 가장 좋은 진료를 받으면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정말로 그처럼 빼어난 조건이 다 필요한 경우는 매우 적습니다. 머리를 다친 사람들 중 대부분은 인근 개인 의원에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큰 병원에 가고자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는 마치 라면 하나 사려고 서울에서 가장 큰 백화점에 가겠다는 생각과 같습니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큰 병원의 사진이 작은 병원의 사진 보다 더 좋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점은 과연 그런 검사가 필요한가에 있습니다.


    15. 종합검사를 받고 싶은데요.


    갑자기 사고를 당해 머리를 다쳐서 정신을 잃었던 적이 있다면 당연히 놀랄 수 밖에 없습니다. 정신이 들고 난 뒤에 여기 저기 아픈 곳이 생기면 불안해집니다. 그래서 여기 저기를 한꺼번에 검사를 할 수 있는 종합검사를 받아보고 싶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쫙 훑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점검을 한번쯤 해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종합검사란 검사방법은 따로 없습니다. 흔히 종합검사를 받고 싶다는 이야기는 사실은 종합검사가 아니라 어떤 증상의 원인을 밝히는 과정중에 보통의 진찰이나 검사로는 밝힐 수 없는 부분을 알아내기 위한 정밀검사를 뜻합니다.

    질병이나 손상을 진단하는 과정은 마치 범인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사건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조사하여 범인을 찾아냅니다. 그러나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범인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난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든 검사는 진찰소견으로 추정한 소견을 확인하는 절차이며, 진단과정의 1/3도 안되는 과정입니다. 가끔, 아무런 언제 어떻게 다쳐서 어떤 증상이 있는지도 말하지 않고, 진찰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대뜸 검사부터 하려는 분들도 있습니다. 진찰을 통해 무엇을 알아보려는지를 모르는 검사는 무슨 사건인지도 모르고 증거만 수집하는 것과 같습니다. 말하자면 진찰이 없는 검사는 사건이 없는 범죄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쭉 훑어보는 검사는 진찰이 가장 정확합니다. 종합검사를 해달라는 주문보다는 어떻게 아픈지를 잘 말씀해주셔야 병을 제대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16. 진단명과 진단기간이 다를 수 있습니까?


    같은 질병일지라도 치료기간은 환자 개개인의 성별, 나이, 건강상태, 경제적 및 사회적 여건 등과 치료방법 등에 따라 매우 다릅니다. 또한 치료기간은 치료가 완료된 후에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진료 초기에 추정하는 만큼, 조그만 차이는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어떤 특정 손상에 대해 일정기간의 치료기간을 결정하는 것은 평균적 기간을 의미하는 것이지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두부외상은 다른 부위의 손상과 달리 이차적 변화가 잦고 또 그 범위가 큽니다. 예를 들면, 뇌좌상(腦挫傷)의 경우 내원 당시에는 의식이 명료했더라도, 지연성 뇌실질내혈종(遲延性腦實質內血腫; delayed intracerebral hematoma)이나 심한 뇌부종, 등 이차적 변화에 따라 증상과 예후 및 치료방법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진료 초기에 치료기간을 설정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두부외상은 외상후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되어야 치료기간을 추정할 수 있으며, 최초 진단이 내려진 후에도 병명이 추가되거나 치료기간이 연장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진단명은 환자가 호소한 증상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고, 진찰과 검사를 통해 확인한 질병명을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쓰고 있는 진단명은 대부분 영어를 한자어로 번역한 용어들입니다. 이 용어는 같은 손상에 서로 비슷한 다른 용어를 쓰기도 합니다. 또한 어떤 의사들은 우리말로 새로 만들어진 쉬운 용어를 쓰는가 하면 한자어를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처음에는 없었던 이차적 손상이 뒤늦게 발생하거나, 드물게는 뒤늦게 발견하는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진단명이 서로 다르고, 치료기간이 조금씩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치료기간을 좀 짧게 해달라거나, 좀 길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물론 치료기간은 의사 마음대로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여러 조건과 치료방법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일부러 줄이거나 늘이지는 않습니다. 의사가 발행하는 진단서는 누가 언제 요구하더라도 똑 같습니다. 피해자가 요구하면 길게 적고, 가해자가 요구하면 짧게 적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의사가 발행하는 진단서에는 반드시 의사가 확인하고 도장을 찍습니다. 한 의사가 서로 다른 진단서를 발행하면 둘 중 하나는 허위진단서가 되고, 의사는 범법자가 됩니다. 허위진단서를 발행한 의사는 도덕성을 의심받아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도 있습니다. 평생 직업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범법을 쉽게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17. 추가진단은 어떤 경우에 뗍니까?


    추가진단이란 첫 진단을 뗐을 때 제시한 치료기간이 다 지나도 증상이 계속 남아 있을 때 떼는 진단이 아닙니다. 치료기간은 증상이 있든 없든 증상과는 직접 관련이 없으며, ぢ증상이 완전히 소실될 때 까지의 기간っ이 아니라 ぢ치료를 통해 증상의 소실 또는 개선이 가능한 시기っ를 말합니다. 따라서 치료기간이 지난 뒤에도 증상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치료가 끝난 뒤에도 남아있는 증상은 나중에 장애로 판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추가진단은 합병증이나 후유증 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손상을 첫 진단서를 뗀 후 새로 발견했을 때 발행합니다. 곧, 추가진단서를 발행할 때는 반드시 합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며, 합병증이나 후유증 또는 미발견 증상이 전혀 없을 때는 발행할 수 없습니다.


    18. 뇌사와 식물인간은 어떻게 다르죠?


    식물상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생존할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좋아질 가능성은 조금밖에 없으면서도, 많은 인적, 물적 지원을 해야 하는 만큼, 의학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속적 식물상태는 사망보다 나쁜 예후(worse than death), 또는 살아있는 죽음(living death)이라고도 합니다. 의료는 물론 법과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영원히 의식을 되찾을 수 없는 환자라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정상을 벗어난 방법을 동원할 의무는 없다는 주장도 있고, 인위적인 생명연장을 위한 치료는 물론 튜브를 통해 음식물을 제공하는 것(경관식이; tube feeding) 까지도 환자나 가족, 그리고 사회에 불필요한 일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관식이를 중단하여 질병에 의한 합병증이 아닌 탈수나 기아로 인해 가장 심한 합병증이라고 할 수 있는 사망의 위험이 있다면, 의사는 이 합병증을 막을 의무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한 지속적 식물상태인 환자의 가족은 거의 대부분 식물상태라고 해도 가족이 옆에 있음을 알고, 아픔을 느낀다고 생각하며 치료받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법정의 판결로 까지 이어진 경우가 드물지 않으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치료중지를 비윤리적이라고 보는 경향이 강한 것같습니다. 아무튼 지속적 식물상태는 비록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상태지만, 살아 있는 사람입니다.

    뇌사(腦死; brain death)는 식물상태와 전혀 다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뇌사가 법적으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뇌사는 사망을 뜻합니다. 전통적으로 사망은 다시는 회복될 수 없는 호흡과 심장 박동이 정지된 상태를 말했습니다. 그러나 의학의 발달로 인공호흡이 가능해지면서 뇌가 모든 기능을 잃고 나면 비록 호흡과 심장박동을 유지하더라도 다시는 회복될 수 없슴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장기이식이라는 치료방법이 나타나면서 사망의 정의(定意; definition)를 바꿀 필요가 생겨나 뇌사라는 개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뇌사를 사망으로 인정하고 있는 나라도 있고, 인정하지 않는 나라도 있으며, 뇌사라고 할 수 있는 뇌사판정 기준도 나라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하지만 혼자서는 전혀 숨을 쉴 수 없고, 뇌파검사상 뇌의 활동이 전혀 없는 상태란 점이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가끔, 식물상태인 환자의 보호자가 어차피 회복되지 않을 바에는 다른 사람에게 장기이식이라도 할 수 있게 장기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비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식물상태인 환자는 아무리 오랫동안 식물상태로 지내왔고, 또 앞으로 결코 회복될 수가 없다는 확증이 있는 경우라도 장기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식물상태는 뇌사와는 전혀 다른 살아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19. 병문안을 갈 때는 어떻게 하나요?


    다치고 난 뒤에 많은 사람들이 병문안을 갑니다. 다친 사람을 위로하고 빠른 회복을 비는 병문안은 분명 뜻있는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아무때고 방문하는 사람 편하게 병문안을 해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먼저 병문안을 가도 좋은가 물어 보시고, 좋다면 언제쯤 가는 것이 좋은가를 물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좁은 병실에 어린아이 까지 데리고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방문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병실을 자주 들락거리는 것은 환자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병문안은 되도록이면 짧게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는 쉽게 피곤해할 수 있습니다. 병문안이 환자나 보호자에게 부담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이야기를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짧은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함부로 이야기해서는 안됩니다. 반드시 이야기를 듣는 환자의 입장을 생각해서 이야기 하십시요. 머리를 다치고 난 뒤에는 환자의 심리상태가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불안을 부추겨서는 안됩니다. 위로와 안심을 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환자에게 어떻게 다쳤는지를 묻지 마십시요. 다친 경험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자다가 꿈속에서도 겪을 수 있고, 어떻게 다쳤는지를 이야기하다가도 끔찍했던 상황을 다시 겪을 수 있습니다. 환자로 하여금 다친 상황을 여러차례 되풀이하여 겪게 해서는 안됩니다. 기분 나쁜 기억은 빨리 잊어버려야 합니다.

    병실에는 방문하고자 한 환자 이외에도 다른 환자들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다른 환자에게 실례가 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병실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 하거나 큰 소리로 웃으면 안됩니다. 또한 병문안을 올 때, 먹을 것을 가져오지 않도록 해야하며, 특히 진한 냄새가 음식은 삼가해야 합니다. 또한 병원에서 환자한테 붙여놓은 여러 장치를 건드려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주변 환자의 시설이나 장치도 건드리면 안됩니다.


    20. 아는 사람을 통해 부탁을 해야 잘 봐준다?


    병원에는 많은 전화가 옵니다. 어떤 환자를 잘 부탁한다는 전화도 많습니다. 물론 불안한 마음에 특별히 신경을 좀 써 달라고 부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때는 그러한 전화가 매우 부담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당황하고 급한 마음에 여기저기 아시는 분은 모두 동원한 듯 합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또 다른 사람한테서 또 다른 부탁이 들어옵니다. 그럴 때 마다 하던 일을 중단하고 앞 사람에게 했던 설명을 다시 되풀이 합니다. 입장을 바꾸어 여러분이 의사라면 '아는 사람이 없어 부탁도 못했지만 중한 환자는 내버려 두고, 위중하지 않지만 부탁을 받았던 환자를 더 잘 볼까요?'

    아무런 부탁을 받지 못했다하더라도 환자의 상태가 나쁘면 나쁠수록 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불안한 마음에 꼭 부탁을 하고 싶으시다면, 되도록 한 두 사람에게만 부탁하십시요. 너무 많은 부탁은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상태가 나쁘면 환자의 상태만으로도 의사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집에 와 있을 때도 걱정을 합니다. 그런데 사방에서 부탁이 들어옵니다. 더 많은 중압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의사들 사이에는 '브이아이피(VIP) 증후군'이란 말이 있습니다. 특별히 신경 쓴 사람한테서 더 많은 까탈이 생김을 빗대는 말입니다. 아무런 중압감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진료할 수 있어야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21. 촌지는 치료전에 드려야 효과가 있다?


    혼수상태에 빠졌던 환자가 수술을 받고 정신을 차리고, 큰 불편없이 좋아져서 퇴원할 수 있다면, 치료를 했던 의사선생님께 고마움을 표시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고마움을 표시함은 촌지를 내놓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고맙다는 인사만으로 충분합니다. 어떤 분들은 환자를 치료하는 일은 의사라면 당연히 해야할 일인데, 해야 할일 해놓고 무얼 따로 고맙다고 해야하느냐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당연한 말씀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조금 서운합니다. 내 돈 내놓고 내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잘 포장해서 건네주면 고맙다고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아마 의료풍토가 촌지를 으레 내놔야하는 것처럼 잘못 되는 바람에 그러한 반발을 낳은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은 일이 끝났을 때입니다. 가끔 병원에 입원하자마자 촌지를 가져오거나, 때로는 수술하기 전에 촌지를 가져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건 촌지가 아니라 뇌물이라고 봅니다. 치료하기도 전에 내놓는 촌지는 의사에게는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리고 중압감을 받은 상태에서는 자유롭게 진료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수술 전에는 마음이 평화로워야 합니다. 의사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마십시요. 물론 촌지를 은근히 기대하는 의사들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런 의사는 매우 적습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립니다. 물이 흐리다고 모든 물고기가 다 미꾸라지는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의사한테 촌지를 주어서는 안됩니다. 물을 더욱 흐릴테니까요. 많은 의사들은 촌지가 아니라 고맙다는 인사를 고마와합니다. 그리고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촌지보다는 퇴원하실 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십시요.


    22. 비싼 약, 좋은 약, 그리고 주사


    주사는 없나요?, 선생님, 돈 걱정 마시고 좋은 약, 비싼 약으로 치료해주세요! 병원에서 흔히 듣는 이야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약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건강은 약으로 얻는 게 아닌데도 보약을 참 좋아합니다. 음식을 골고루 맛있게 잘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보약입니다. 한동안 미제약을 선호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약을 찾을 필요가 하나도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왔을 때는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약이야 약국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으니, 병원에서는 당연히 주사를 놔야 한다고 믿는 분들도 있습니다. 주사란 본래 먹을 수 없을 때 할 수 없이 쓰는 방법입니다. 금식(禁食)을 해야 하거나, 위에 심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먹기 어렵거나, 입으로 먹어서는 효과가 없거나, 아니면 입으로 먹어서 흡수가 되어 약효가 날 때 까지 기다릴 수 없는 특별한 경우에만 주사가 필요한 것입니다. 주사는 먹는 약보다 부작용이 더 많습니다. 입으로 먹는 약이 그래도 가장 안전합니다.

    비싼 돈을 주고 알부민을 사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알부민이란 사실 달걀의 흰자와 같습니다. 달걀의 흰자를 그대로 주사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주사해도 안전하도록 멸균하고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공해서 주사할 수 있게끔 만드느라 값이 엄청나게 비싸집니다. 달걀하나 먹는 효과를 얻기 위해 그 비싼 돈을 들이는 것입니다. 똑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달걀을 맛있게 요리해서 드시겠습니까 아니면 비싼 알부민 주사를 맞으시겠습니까?

    출처 : <머리를 다쳤을 땐 이렇게 하세요>(이경석, 최은 공저, 진수출판사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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