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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맥서점/2020년대

너를 놓으니 비로소 나였다 - 오은주, 2026

오늘 아침 통화를 하며, 아내는 친구가 책을 냈다는 소식을 전했다. 작가 내외는 중학교 시절부터 아내의 오랜 절친이였고, 나 역시 친분이 있던 터라 호기심에 바로 eBook 책장을 넘겨보았다. 읽어가면서 나는 내가 그 지인을 얼마나 모르고 있었나 깨닫게 되었다. 물론, 책의 내용이 내가 아는 작가의 삶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아들은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두 젊은 부부의 삶은 그 아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삶 속에서 남들과는 다른 시련들을 경험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와우를 끼고 있는 아이를 보며, 그 아이를 보는 부부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은 컸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어쩌면 작가 내외가 늘 밝고 씩씩한 모습을 보여줘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야기들을 너무 가끔, 단편적으로 들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책에는 내가 들었던 에피소드들도 많이 담겨 있었다. 그런 이야기들도 작가의 생각과 감정이 담기자, 나에게 다르게 다가왔다. 어쩌면 단편적인 사건들이 이야기로 엮어지니 더 큰 울림을 만들어 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감정은 기억보다 시간에 더 약하지 않은가. 책에 이야기에 빠져들 때 즈음 한 문장을 만났다. 대단하거나 특별한 문장이 아니었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왔다.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우람이가 내 아들이 아니었으면 더 잘 컸을까?"

 

작가는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이다. 아이를 위해 열심히 학교와 싸웠고, 관련 학위를 땄으며, 비슷한 아이들을 위해 발달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상처도 많았고, 눈물도 많이 흘렸다는 걸 아내를 통해 들어서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랬던 삶을 다시 돌아보며 그녀가 던진 이 질문은 나에게 큰 울림이었다.

 

어느새 우람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선생님이 되었으며, 연애의 시련을 겪기도 했다. 작가는 이제 그런 아들의 손을 놓아주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아내의 친구인 작가가 그렇듯이, 자녀가 넷인 우리 부부도 아이들을 놓아주는 걸 배워가고 있다. 첫째는 가장 늦게, 막내는 가장 빠르게 놓아주는 걸 보면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 부부가 철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 맞는가보다.

 

부모의 마음이란 것이 쉽게 공감할 수 있지만, 쉽게 설명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뻔한 이야기를 싫어하는 나로서도 이 주제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힘이 빠지는 것 같다. 오랜만에 가슴이 뜨거워지게 해준 작가에게 감사를 표하고, 우람이와 가족 모두에게 행복이 깃들기를... 

 

엄마는 네가 태어난 날부터 너를 지키려 했어.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정작 엄마가 지키려 했던 건
너였을까, 이니면 네가 다칠까 봐 두려워하는
엄마의 마음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