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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맥서점/2010년대

악기들의 도서관 - 김중혁, 2009

유쾌한 작가와 그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또다른 세상 보기

우리는 하나의 세상 속에 살고 있지만 각자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어느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결국 우리는 지구라는 하나의 별에 살고 있는 것 같지만 결국 68억개의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잠시 작가의 눈을 빌려 나의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나의 세상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이 아닐까? 결국 하나의 소설은 그것을 읽는 사람의 수만큼의 스토리를 갖는 샘인지도 모른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유독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어떤 강한 메세지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눈을 빌려 세상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랄까...
그것만으로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이 든다....

거기에다 덤으로 작가는 각 작품에 딱 한 문장 정도씩의 메세지를 남겨 놓았다...
그 문장들은 너무 심오하진 않지만 한번은 생각해볼만한 시각을 제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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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피아노
"음악은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소멸되는 것입니다."
"음악은 단순히 소리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었다. 콘서트홀에서의 음악은 피아니시트의 동작, 손끝의 움직임, 발놀림, 표정, 관객들의 헛기침 소리, 박수 소리가 어우러지면서 생겨나는 것이었다. 비토 씨는 음악에 다른 요소들이 끼어드는 게 못마땅했던 것이다."

매뉴얼 제너레이션
"나는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매뉴얼을 써나갔다. 아니, 써나갔다기보다 발굴해나갔다. 오르골에 쌓여 있던 시간의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그녀 얼굴에 가득하던 쓴웃음을 툭툭 털어내고, 오래된 오르골 매뉴얼의 그림을 툭툭 털어내자, 어디에선가 문장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비닐광시대(VINYL狂 時代)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은 어디에도 없다. 누군가의 영향을 받은 누군가,의 영향을 받은 또 누군가, 의 영향을 받은 누군가, 가 수많은 밑그림 위에다 자신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모두 어느 정도는 디제이인 것이다."

악기들의 도서관
"아무것도 아닌 채로 죽는다는 건 억울하다."
"악기 소리 주크박스를 만든 것이 과연 잘한 일인지는 아직까지도 판단이 서질 않는다. 나는 그저 모든 일을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었고, 지금에 이르렀을 뿐이다....분명한 것은 예전의 뮤지카보다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뮤지카가 더 마음에 든다는 점이다."

유리방패
"저희는 평범한 진실을 밝혀 세상을 돕는다고 생각하는데요."...."재미있게 노는 거요."
"우리는 한때 실패에 중독된 인간들이었지만 이제는 실패중독자들을 위로해주는 입장이 됐다. 누군가의 방패가 될 수 있따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기뻤다. 그것이 플라스틱이나 유리로 만들어진 방패이더라도 말이다."

나와 B
"기억해둬. 두려움이 없으면 열등감도 없어"

무방향 버스 - 리믹스, 「고아떤 뺑덕어멈」
"강과장의 말처럼 버스에는 각각 다른 표정이 있었다. 그걸 표정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이상하지만 모든 버스는 조금씩 달랐다. 나 역시 오랫동안 버스르 관찰하고 있으면 무방향 버스를 감별해내는 능력이 생길지도 모른다."

엇박자 D
"어둠 속이어서 그런 것일까. 노래는 아름다웠다. 서로의 음이 달랐지만 잘못 부르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마치 화음 같았다....20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우리들이 립싱크를 하고 있었다. 음치들의 노랫소리에 맞춰 우리는 입을 벙긋거렸다....우리는 그것이 엇박자 D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