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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맥서점/2010년대

사랑의 추구와 발견 - 파트리크 쥐스킨트, 2006

오랜만에 읽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조금은 냉소적인 하지만 섬세하고 예리한 인간에 대한 그의 시선이 개인적으로 좋다.

그의 글들은 사람에 대해 그리고 사물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게 해준다.

이 글은 사실 소설이 아닌 영화 대본이다.

영화 대본인 만큼 스토리 중심으로 1~2시간정도 가볍게 스토리를 즐기면서 "사랑"이라는 주제를 잠깐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오르페우스 신화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고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수천년동안 변하지 않아온 남녀간의 사랑을 쥐스킨트식으로 해석해서 현대인으로 사랑에 담아 놓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7년이란 시간동안 함께해온 비너스와 미미 두 사람이 어떻게 멀어지는지 그리고 멀어진 후 어떻게 서로를 기억하는지, 서로의 소중함을 어떻게 다시 깨닫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지(한사람은 자살을 했고, 한사람은 자살한 상대를 찾기 위해 지옥으로 뛰어든다) 등의 늘 반복되어온 - 자칫 진부할 수도 있는 사랑 이야기를 빠른 템포로 진행해 나간다.

이야기의 백미는 아름다운 하프 연주로 하데스로부터 아내를 구해오던 오르페우스가 의심으로 뒤를 돌아보아 결국 다시 아내를 저승으로 보내는 부분을 "살찐 엉덩이"를 주제로한 사소한 말다툼으로 결국 미미가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는 걸로 바꿔 놓은 .

지옥까지 뛰어들었던 위대한 사랑이 우수운 말다툼으로 무너지다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이 장면은 쥐스킨트식 위트와 인간에 대한 그의 해석이 돋보인다.

아울러 '섹스'를 주제로한 테오 부부의 이야기는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전개 부분에 재미를 더해준다.

 

사실 잘 모르겠다. 

결국 쥐스킨트가 하고 싶었던 말이 '[위대한] 사랑은 결국 허상이다'란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다시 생각해보면] 모든 사랑 름답고 위대하다'인지.

젊은 미미와 늙은 비너스가 만나는 장면에서 비너스가 했던 말을 전자로 해석해야 할지 후자로 해석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 아름답다'는 사회적 통설에 대한 재조명일 수도 있지만....

기왕이면 후자로 해석하고 싶다.

 

"네, 그래요. 우리의 사랑은 그때 이미 더 이상 위대해질 수 없을 만큼 위대했으니까요. 더 이상은 초라해지는 것밖에 남아 있지 않았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