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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맥서점/2000년대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1995

"그저.....눈먼 자들의 도시....제한된 상상 속 도시"

영화화까지 되며 유명새를 떨쳤던 소설....
작년 KAIST에 있었던 후배가 극찬을 해서 보게 된 소설....
기대가 커서였을까? 아님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일까?
내용은 정말 실망이 컸다.

단락과 따옴표가 없고 쉼표가 제멋대로인 독특한 문체를 제외하고는,
한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눈을 멀었다는 설정을 제외하고,
나의 사고를 벗어나는 어떤 이야기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최소한 나에게는 그랬다.
이야기를 통해서 작가만의 세상이 읽혀지지 않았다.
그저 독특한 상황과 그 상황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와 메세지들...

독특한 상황이라는 관점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소설은 '안 마텔'의 '파이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마지막 반전도 인상적였지만, 동물원의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나 극한 상황에서의 감정 묘사들은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었는데....

그는 소설의 끝에서 '우리 모두는 처음부터 눈이 멀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가 말하고 싶은 눈 뜬 세상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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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려 깊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이 배반하고, 또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거부해 온 도덕적 양심은 지금도 존재하고 또 전에도 늘 존재해 왔다......세월이 흐르고, 더불어 사회도 진화하고 유전자도 바뀌면서, 우리의 양심은 결국 피의 색깔과 눈물의 소금기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우리의 눈은 내부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우리 눈은 우리가 입으로는 부정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31)

우리가 전에 지니고 살았던 감정, 과거에 우리가 사는 모습을 규정하던 감정은 우리가 눈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야, 눈이 없으면 감정도 다른 것이 되어 버려,((354)

우리는 모욕의 모든 단계를 내려갔죠, 그 걸 다 내려가서 마침내 완전한 타락에 이르렀어요,.....이제는 선과 악에 관한 한 우리 모두 평등해요, 선은 무엇이고 악은 무엇이냐고는 묻지 말아주세요,.....무엇이 옳으냐 무엇이 그르냐 하는 것은 그저 우리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서로 다른 방식일 뿐이예요, 우리가 우리 자신과 맺는 관계가 아니고요...(387)

말이란 것이 그렇다. 말이란 속이는 것이니까, 과장하는 것이니까, 사실 말은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사실 신경은 모든 것을 견딘다. 갑옷을 입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의사의 아내의 신경은 강철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인칭대명사 하나, 부사 하나, 동사 하나, 형용사 하나 때문에, 이런 단순한 문법적 범주들 때문에, 단순한 부호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만다.

어떤 면에서는 나도 눈이 멀었지, 당신들의 먼 눈이 내 눈도 멀게 한 거야. (418)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