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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맥서점/2000년대

부활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1899

"높은 이상을  꿈꾸던 톨스토이. 그의 눈에 비친 사람의 모습과 사람이 가야할 길"

가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지난 수천년 동안 철학, 과학, 사회제도의 변화 등은 인간의 삶을 많이 발전시켰다.
하지만 인간 자체는 얼마나 발전한걸까? 
인간은 여전히 인간 위에 서고 싶어 안달이고, 삶의 의미와는 상관없는 화려한 것들로 삶을 채우려 바둥대다가 삶을 마감하지 않는가?
기술이나 제도 따위는 다음 세대에게 그대로 물려주면서 발전시켜 가고 있지만,
정작 지혜니 깨달음이니 하는 인간 자체의 완성도는 늘 제자리 걸음이지 않은가?
  
그의 글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인간'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도 되었다. 슬펐던 이유는 10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의 근본적인 모습은 변함이 없다는 것 때문이고, 한편 희망을 갖는 것은 이와 같은 소설이 그나마 몇몇 사람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것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의 사상, 소위 톨스토이즘은 그당시 러시아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물론 '부활'에 비쳐진 사회상에 비하면 오늘날의 사회는 정말 '천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살던 러시아는 '인권'이란 것이 제대로 성립되지 않은 귀족사회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가 그린 다양한 군상들이 추구하는 삶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 없다는 것이다.

'부활'에는 70이 넘은 사상가에 눈에 비친 다양한 군상의 모습이 약간은 비약적이긴해도 정말 예리하게 그려져 있다. '사람'과 '사회'에 대한 그의 통찰은 가끔 나 스스로를 부끄럽게 하기도 하고, 내 주변 사람을 이해하도록 해주기도 한다.
또한 범죄자를 교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범죄자를 양산할 뿐인 처벌 제도, 가난한 농민들을 더욱 가난 속으로 몰아넣는 토지제도, 진정한 믿음이 아니라 전례의 형식만을 중시하는 러시아 정교의 문제점들, 심지어는 개혁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순까지도 네흘류도프의 눈을 통해 생생하게 제시하며,예술작품 속에 사상가 톨스토이의 시각을 불어넣었다.

귀족의 일원이었던 그가 바라던 것은 지식인 - 가진자 - 귀족의 변화였다. 그리고 그 변화는 그리스도가 걸었던 길과 비슷하다. 그는 그의 재산과 저작권을 포기하면서까지 그의 사상에 따라 살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이상이 너무 높았던 걸까? 그의 말년은 나를 슬프게 한다. 결국, 그의 마지막은 재산에 대한 아내와의 불화 그리고 어느 기차역에서의 객사....

어찌되었던 모든 사람이 그가 그린 이상처럼 산다면 그러한 사회는 정말 '바보이반'에서 그려진 부유하진 않지만 진정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한 사회를 꿈꾸며 또 한편으론 그저 꿈이라고 받아들인다....

'나는 우리 동아리 - 부자와 학자 - 의 삶이 싫어졌을 뿐만 아니라, 내게 그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 톨스토이 "고백"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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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네이버 네티즌리뷰
내 가 톨스토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한건 그의 참회록을 읽고나서부터였다. 단순히 세계적인 문호로만 알고 막연한 동경심만을 품고 있넌 나에게 그의 참회록은 충격이었다. 그 책에서 그는 자신이 이전까지 허영심과 이기적인 욕망과 오만한 마음에서 저작의 붓을 들었노라고 고백했다. 자신의 저작 목적이 명예와 금전을 얻기 위해서였다는 말까지 했다. 그가 스스로 악한 동기로 썼다고 말한 그 작품 속에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같은 작품들도 있었다.

부활은 그가 참회록을 쓴 때로부터 17년 뒤에 나온 소설이다. 말년에 써진 만큼 그의 인생과 신앙이 원숙해진 다음에 씌어졌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므로 소위 문학 평론가들이 말하는 '저 위대한 문호' 톨스토이가 아닌 톨스토이 '자신'을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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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누군가 무슨 이유로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월등하다고 여기냐고 묻는다면 답변할 말이 없을 것이다. 어느 것도 그의 생활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자유로이 구사할 수 있다든지 몸에 걸친 셔츠며 양복, 넥타이, 커프스 단추 따위가 모두 일류 상점에서 사들인 것이라는 게 우월함을 인정받을 아무런 기준도 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우월함을 거리낌 없이 인정했으며 자기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까지 했다. 그러지 않을 경우에는 오히려 모욕감을 느꼈다.(40)

이러한 무서운 변화는 그가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남을 믿는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우선 자기를 믿는다면, 모든 문제는 언제나 안이한 쾌락만을 찾는 동물적인 자아가 아닌, 이와는 반대의 측면에서 해결해야만 했다. 그런데 타인을 믿는다면 그가 해결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게 다 해결되어 있었다. 대개 정신적 자아에 반하여 동물적 자아가 유리하게 되어 있었다. 그뿐 아니라 자신을 믿으면 항상 사람들의 비난이 따랐으나 일단 남을 믿자 주위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86)

군대란 일반적으로 이에 복무하는 사람들을 타락시킨다. 그들을 완전한 무위, 즉 합리적이고 유익한 지적 활동을 무시하는 상황 속으로 끌어넣고 일반인의 의무에서 벗어나게 하며 그 대신 연대의 명예라든가 군복, 군기 등의 형식적인 가치만을 내세운다. 그러면서도 어떤 사람에게는 무한한 권력을 주고, 어떤 사람에게는 윗사람에 대한 절대적인 노예의 복종을 강요하는 것이다.(88)

네흘류도프의 마음속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두개의 자아가 있었다. 하나는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그런 행복을 추구하는 정신적인 자아이고, 또 하나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고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의 행복이라도 희생시키는 동물적인 자아였다.(95)

전에도 몇 번 자신의 생활에서 '마음의 정화'라고 불렀던 현상이 일어났다. 그가 말하는 마음의 정화란, 오랜 시간을 거친 뒤에 불쑥 내면 생활의 지체와 정체를 절감하고 마음속에 쌓이고 쌓여 정체의 원인이 된 찌꺼기를 제거하려는 정신 상태를 이르는 것이다. 이런 각성을 하고 나면 그는 언제나 생활 신조를 만들어  앞으로는 신조에 따라 생활해 나가겠다고 결심하는 것이었다.(180)

이상하게도 네흘류도프는 자기가 못된 인간이라고 스스로 인정하고 나자 다른 사람들이 조금도 비위에 거슬리지 않았다.(209)

'이들을 위험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위험하지 않단 말인가? 나는 방탕하고 위선자이고 거짓말쟁이다.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면서도 비웃지 않고 오히려 존경하고 있지 않은가?'(215)

대령과 나란히 앉은 네흘류도프는 변호인과 검사보, 재판장의 각각 억양이 다른 말소리를 들으면서, 또 그들의 자신만만한 몸짓을 쳐다보면서 또렸하고 명확하게 자기의 생각을 펼쳐나가고 있었다. '이러한 위선 떄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무수한 노력이 소모되었던가.'......'지금 위라가 겨우 자신의 안전과 편리를 위해서 필요로하는 손이나 발을 바라보는 정도로밖에 가치를 인정치 않는 이들 내벼려진 사람들을 돕는 데 이와 같은 위선을 위해 소비하는 노력의 백 분의 일만 쏟는다면?' (217)

'이 년 동안이나 나는 일기를 쓰지 않고 지냈다. 그리고 이런 어린애 같은 장난은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었다. 그런데 이것은 어린애 장난이 아니었다. 자기와의,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신성하고 진실된 자기와의 대화였다. 지난 이 년 동안 이 자아가 잠자고 있었기 때문에 내게는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었던 것이다.' (227)

모든 사람이 자기를 위해서, 단지 자기의 쾌락만을 위해서 살고 있으므로 신이나 선에 관한 말은 모두 기만이었다.(233)

이 전례에 참석했던 사제나 소장이나 마슬로바도, 여기 이들 중의 누구도 사제가 울부짖는 듣한 목소리로 되풀이하며 이상스러운 말로 칭송하던 예수 자신은 이곳에서 행해졌던 모든 의식을 실상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241)

그녀는 자기가 인민의 의지 운동에 대해서 모든 비밀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네흘류도프도 큰 관심을 갖고 기뻐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이 이야기했다....그녀가 측은한 것은 무엇보다도 그녀의 머릿속에 차 있는 사상에 대한 불투명한 혼란 때문이었다.(323)

메쇼니프가 이유 없이 받는 고통은 너무나 기가 막힌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두려운 것은 그가 당하고 있는 육체적인 고통이 아니라 그럴 만한 아무 이유가 없는데도 자기에게 고통을 가하는 잔악한 사람들로 인해 그가 품게 될 선과 악에 대한 회의와 불신이었다.(329)

인간이란 흐르는 강물과 같다....누구나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성겨의 온갖 요소를 조금씩은 가지고 있어 어느 경우 그중의 하나가 돌출하면 똑같은 한 사람이라고 해도 평소의 그와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일 때가 종종 있다.(323)

'토지는 절대 사유할 수 없다. 또한 토지는 물과 공기, 태양과 마찬가지로 매매할 수도 없다. 인간은 토지에 대해서, 그리고 토지가 인간에게 베푸는 온갖 혜택에 대해서 누구나 평등한 권리를 가지는 것이다.'(389)

이 모든 물음에 답을 하고 하나님의 섭리를 이해하기란 나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하나님의 뜻을 실행하는 것은 내 힘으로도 가능했다. 나는 그것을 분명히 깨닫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해낼 때 비로소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으리라.(403)

전 국무장관 이반 미하일로비치 백작은 아주 신념 있는 사람이었다.....[귀족의로서의 천분에 대한 신념]....자신의 이런 근본적인 신념 이외의 다른 모든 일은 그애겐 무의미하고 우스꽝스러울 뿐이었다. 아무렇게나 되어도 좋을 관심 밖의 일이었다.....그에게는 자기의 행위가 본질적으로 도덕적이냐 비도독적이냐, 또는 이로 말미암아 이 나라나 전 세계가 최대의 행복을 얻을 것이냐, 혹은 최대의 불행을 당하게 될 것이냐 하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53)

사실 블라지미르 바실리예비치 볼리프는 성실한 인간이었다. 그는 자신의 그러한 성격을 잘 알고 이를 자랑스럽게 여겼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만큼 사람들을 내려다 보았다....그가 자부하는 강직함이란 사람들에게서 개인적으로 비밀스럽게 뇌물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대신 그는 여행비나 수당이니 각종 요금 명목으로 국고를 받아내고 그 보상으로 국가가 바라는 일이라면 뭐든 가리지 않고 노예처럼 순종하여 일했다.(62)

그들은 당국의 부당함과 가난한 사람들이 당하는 고통과 비참함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를 나눴으나 실제로는 서로 마주보는 눌길 속에서 끊임없이 '저를 사랑해 주시겠나요?'하고 물으면 '사랑하고 말고요.'하고 속삭이고 있었다.(115)

왜냐하면 그들은 인간이라든가 인간에 대한 의무를 생각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직무와  의무만을 중요시하여 이를 다른 사람들의 어떤 요구보다도 제1의 조건으로 다뤘기 때문이다......우리가 잠시라도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인간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절대 깨닫지 못한다면, 사람에 대해서 죄를 지으면서도 결코 그것이 죄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217)

그가 이 세게의 창조 문제에 대해 별반 흥미를 못 느끼는 것은 이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보다 잘 살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그에게는 더 중요하기 때문이었다.(292)

노보드보로프는 학식 있고 현며하며 모든 혁명가들의 크나큰 존경을 받고 있었으나 네흘류도프로는 정신적인 자질로 보아 그는 수준 이하의 부류에 속하는 혁명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지성 - 그의 분자 - 은 상당한 것이었고 그의 긍지 - 그의 분모 - 또한 비할 데 없이 컷으며 그것은 그의 지성을 벌써 능가하고 있었다.(303)

여러 가지 신앙이 있는 건 자기를 믿을 줄 모르고 남만을 믿으려 하기 때문이지. 나도 예전에 타인을 믿고 숲 속을 헤매듯 방황한 적이 있었소. 그야 말로 미로여서 벗어날 수가 없었소. 구교도, 신교도, 토요안식교도, 편신교도, 몰로칸교도, 스코페스교도, 성직자교도, 무성직자교도 등 모두가 제 자랑만 늘어놓지. 그러니까 앞 못보는 개처럼 헤맬 뿐이지. 영혼은 하나요. 종파는 무수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당신에게도 저 사내에게도 영혼이 있소. 그러므로 자기의 영혼을 믿는다면 이 세상은 하나로 결합될 수가 있는 거요.(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