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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맥서점/2008

원미동 사람들 - 양귀자, 1987

원미동사람들  본문보기
양귀자 | 살림 | 2004.02.25
평점151건 | 네티즌리뷰 135건 | 최저가 6,300원 구매하기
책소개 : 새롭게 옷을 갈아입은 [원미동사람들] 멀고도 아름다운 동네, 원미동. 그 속에서 복닥거리며 살아가는 작은 인간들의 정감어린 이야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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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긴 했지만 80년대를 살았던 나....
원미동과 흡사했던 그 시절 '흑석동'에 대한 아련한 기억....
글쎄.....지금 시대의 감성에서 보면 어쩌면 '청승맞다'라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돌아보면 그랬었다.....'80년대'라는게....

섬세하면서도 담담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그녀의 책을 다시금 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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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아름다운 동네희망이란, 특히 서울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이란 집과 같은 뜻이었다.(26)

그런 삶이 벌써 몇 년쨰인가. 잠자리에서 일어나 "오늘이 며칠이지"하고 묻는 생활. 또 다른 십구일과 지금까지의 수많은 십구일들을 지나오면서 그는 매번 십구일 이외의 다른 날만을 꿈꾼다....이십일 혹은 팔일인 줄 알면서도 이십일 혹은 팔일이 아니길 기대하며 눈을 뜨는 아침을 숱하게 지내온 그였다. 그리고 잡히지 않을 먼 날이 그날임을 깨닫고 나야만 비로소 제정신으로 돌아와 면도를 하기 위해 일어서는 그였다.(27)

불씨

마지막 땅

자식 농사는 포기한 지 오래지만 해마다 씨를 뿌리고 수확을 거두는 재미만큼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그였다. 서울에서 밀려나온 서울것들 때문에 여기까지 땅값이 들먹거리는 북새통을 치렀고 그 와중에서 자식들이 모두 저 푼수로 커버렸다는 원망도 많은 게 강노있이었다. 씨 뿌린 땅에서 거둘어들이는 수확이 아닌 담에야 어찌 땅 팔아서 그 돈으로 쌀 사고 채소 사며 살 수 있을 것인가.(85)

원미동 시인

마른 가지로 자기 몸과 마음에 바람을 들이는 저 은사시나무는, 박해받는 순교자 같다. 그러나 다시 보면 저 은사시나무는 박해받고 싶어하는 순교자 같다.(109)

한 마리의 나그네 쥐

아마 그떄부터였을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장소에 가게 되면 그의 가슴이 심하게 뛰었다. 흰 이빨의 웃음 속에 감추어진 짐승의 울음소리를 듣게 되지나 않을까 겁이 났다. 길을 묻기 위해 옆구리를 치는 행인에게 그 자신이 늑대가 되어 달려드는 모습도 끊임없이 머릿 속에 되풀이 떠올랐다. (124)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제가요, 무식한 노가다가 한 말씀 드리자면요, 앞으로 이 세상 사시려면 그렇게 마음이 물러서는 안 됩니다요. 저는요, 받ㅇ르 것 다 받은 거니까 이따 겨울 돌아오면 우리 연탄이나 갈아주세요."
"난 말요. 이 토끼띠 사내는 말요, 보증금 백오십만 원에 월세 삼만원짜리 지하실 방에서 여섯 식구가 살고 있소. 가리봉동 그 새끼는 곧 죽어도 맨션아파트요, 맨션아파트!"...
"돈 받으러 갈 시간도 없다구. 마누라는 마누라대로 벽돌 찍는 공장에 나댕기지, 나는 나대로 이 짓해서 벌어야지. 그래도 달걀 후라이 한 개 마음놓고 못 먹는 세상!"

방울새

그녀는 떨리는 눈두덩을 지그시 누르면서 내일모레쯤에는 남편을 찾아가야겠다고 마음먹는다.....이제야 말하지만 이 꿈을 홀로 간직하는 일이 정말 두려웠다고도 말해보자. 말이란 한 번만 눈 딱 감고 시작하면 실타래에서 풀려나오는 명주실처럼 길고도 질기게 계속될 것이었다. 한번만 입을 열어 모음과 자음을 발음 한다면, 한 번만 부리를 벌려 방울 소리를 낸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히 견디어낼 것 같았다.(194)

찻집 여자
원미동에서 밀려나면 갈 곳이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어요. 어디든 갈 수는 있어요. 하지만 이런 생활 이하로는 떨어져내리고 싶지 않아요. 이만큼 살 수 있다는 것을 얼마나 감사하며 지내왔는데요....다신, 이곳에 얼씬도 마세요."(225)

일용할 양식
지하 생활자

한계령
그 집에서 동생들을 거두었고 또한 자식들을 길러냈던 큰오빠였다. 그의 생애 중 가장 중요했던 부분이 거기에 스며 있었다. 큰오빠는, 신화를 창조하며 여섯 동생을 가르쳤던 큰오빠는 이미 한 시대의 의미를 잃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그러나 정작 큰오빠 스스로가 자신이 그려놓은 신화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공장에서 돈을 찍어내서라도 동생들을 책임져야 했던 시절에는 우리들이 그의 목표였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실패할 수 없도록 이를 악물게 했던 힘은 그가 거느린 대가족의 생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동생들이 모두 자립을 하였다.....저들이 두 발로 달릴 수 있게 된 것은 누구 때문인가, 라고 묻고 싶지 않지만 노쇠해가는 삶의 깊은 구멍은 큰 오빠를 무너지게 하였다.(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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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새롭게 옷을 갈아입은 [원미동 사람들]
멀고도 아름다운 동네, 원미동. 그 속에서 복닥거리며 살아가는 작은 인간들의 정감어린 이야기를 담은 우리시대의 고전 [원미동 사람들]이 '문학과 지성사'에서 '살림출판사'로 둥지를 옮겨 새롭게 옷을 갈아입었다. 1987년에 초판이 발행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십 쇄를 바꿔가며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 단편집은 이제 국정 교과서에 실릴 만큼 그 문학적 가치와 고전으로서의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중학교 3학년 교과서에 '원미동 시인' 전문이 실려 있다) 이번에 살림출판사에서는 표지와 디자인을 새롭게 바꿨고 '방각본 살인사건'의 저자이자 문학평론가인 김탁환의 발문을 보태 이 작품집의 현대적 의미를 조명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단단한' '슬픔'
1987년에 출간된 [원미동 사람들]이 왜 90년대를 지나 새로운 세기에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일까? 발문을 쓴 소설가 김탁환은 이 단편집에는 '격이 다른 슬픔'이 담겨있다는 말로 그 질문에 답한다. 작가 양귀자는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 치욕적인 상처를 받은 사람들의 애환을 섬세한 손길로 복원시켜 놓았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그렇게 지지리도 못난 삶을 살면서도, 수많은 절망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그 무언가를 틀어쥐고 있다. '마지막 '」의 강노인은 '기름진 농토를 지키려는 의지'를, 「찻집 여자」의 행복 사진관 엄씨는 자신의 예술혼을, '비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에 등장하는 임씨는 '양심'을 끝끝내 놓지 않는다. 그들은 그렇기에 슬프지만, 또 그 때문에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 살아남기 위해, 뒤쳐지지 않기 위해 우리들이 발버둥치면서 슬그머니 놓아버린 그 어떤 소중한 가치들을 작품의 주인공들은 보석처럼 간직하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원미동'은 우리 사회 어느 곳에나 있다.
또한 [원미동 사람들]에는 이념이나 정권과 상관없는 우리네 선량한 이웃들이 점차 변두리로 밀려나며 타락하고 절망하는 과정이 나타난다.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들의 인생은 나아지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지하생활자는 지상으로 올라오지 못한다. 또 서울서 밀려난 인생들은 다시는 서울로 진입하지 못한다. 그들이 얼마나 착하고 성실한가는 그들의 처지를 바꾸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미동 사람들]은 이처럼 80년대라는 시대와 돈만을 중요시하는 천박한 사회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원미동은 바로 그 시대와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 담은 축소판인 것이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 폭압적인 군사독재도 끝이 났다. 문민정부, 참여정부가 들어서고 사회 전체의 민주화도 어느 정도 진척된 것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원미동이 드러내는 삶의 모습이 아련한 향수를 자아내는 옛 풍경이 되어 버렸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노력해도 더 나아지지 않는 삶, 돈이 최고의 가치로 통용되는 사회 속에서 상처받고 절망하는 삶을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한, 아직도 원미동은 이 땅에서 낯선 거리가 아니다.

러시아 작가 고골의 단편에 자주 등장하는 네프스끼 거리처럼, 대한민국 사람들의 가슴 속에 원미동은 멀고 아름다운, '내 마음의 거리'로 친숙하게 자리 잡았다. 이제 살림출판사에서 우리 시대의 고전이 된 바로 그 [원미동 사람들]을 새롭게 단장시켜 내보낸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단편집을 읽으며 위안을 느끼고 반성과 성찰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서......
[인터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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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저자 | 양귀자
1955년 전라북도 전주 출생. 5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큰 오빠와 어머니가 생계를 꾸리게 되었다. 이광수의 『유정』을 읽고 문학적 충격을 받은 그녀는 전주여고에 다니면서 백일장과 문예 현상공모에 참가하였다. 본격적으로 소설을 습작하면서 원광대학교 문예작품 현상모집에 소설이 뽑혀 문예장학생으로 국문과에 입학하였다. 대학시절 학보사에서 활동하다가 숙명여자대학교 주최 범대학문학상을 수상하여 <문학사상>에 특별 게재되기도 하였다. 대학 졸업 후 2년 동안 중고등학교와 잡지사에 근무하였다.

1978 년에 『다시 시작하는 아침』으로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등장한 그녀는 『원미동 사람들』 (1987) 로 1980년대 단편문학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 받는다. 1986~1987년까지 씌어진 단편을 모은 『원미동 사람들』은 서민들의 애환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1992년 `유주현문학상` 수상작이다. 1990년에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분단 현실의 모순을 다룬 첫 장편소설 『잘가라 밤이여』를 펴냈으나 독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1990 년대에는 주로 대중소설에 치중하였는데, 페미니즘 논쟁을 불러일으킨『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1992)은 영화와 연극으로도 공연되었다. 1992년 『숨은 꽃』으로 `이상문학상`을, 1996년 『곰이야기』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95년 전생에 이루지 못한 영혼과의 사랑을 주제로 동양 정서를 현대화한 『천년의 사랑』을 발표해 한국 소설의 지형을 바꾸며 동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잡았다. 1998년에 발표한 『모순』은 치밀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문체 등으로 대중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그 밖의 작품으로 『바빌론 강가에서』 (1985), 『귀머거리 새』 (1985), 『길 모퉁이에서 만난 사람』 (1993), 『지구를 색칠하는 페인트공』 (1993), 『슬픔도 힘이 된다』 (1993), 『삶의 묘약』 (1996) 등이 있다. [예스24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