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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맥서점/2008

싯다르타 - 헤르만 헤세,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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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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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 박병덕 역 | 민음사 | 2002.01.20
평점8.81 | 네티즌리뷰 47건 | 최저가 4,200원 구매하기
책소개 : 헤르만 헤세의 장편소설. 유복한 바라문 가정에서 태어난 주인공 싯다르타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존재이다. 그는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는 기쁨을 주는 즐거움의 원천이지만 자기 스스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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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이야기라기보다는 헤르만 헤세의 눈(사상)에 투과된 붓다의 이야기...
'데미안'을 읽을 때처럼 영향이 크진 않았지만,
언젠가 다시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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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문의 아들
사문들과 함께 지내다
고타마
깨닮음
"내가 나 자신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 싯다르타가 나에게 그토록 낯설고 생판 모르는 존재로 남아 있었다는 것, 그것은 한 가지 원인, 딱 한가지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나를 너무 두려워 하였으며, 나는 나로부터 도망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아트만을 나는 추구하였으며, 바라문을 나는 추구하였으며, 자아의 가장 내면에 있는 미지의 것에서 모든 껍질들의 핵심인 아트만, 그러니까 생명, 신적인 것, 궁극적인 것을 찾아내기 위하여, 나는 나의 자아를 산산조각 부수어버리고 따로따로 껍질을 벗겨내는 짓을 하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나 자신이 나한테서 없어져 버렸던 것이다."( p.61)

"어떤 사람이 어떤 글을 읽고 그 뜻을 알고자 할 때, 그 사람은 기호들과 철자들을 무시하지 않으며 그것들을 착각이나 우연, 또는 무가치한 껍데기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그 사람은 철자 하나하나 빠뜨리지 않고 그 글을 읽으며, 그 글을 연구하고 그 글을 사랑한다. 그러나 나는, 이 세상이라는 책과 나 자신의 본질이라는 책을 읽고자 하였던 나는 어떠하였던가. 나는 내가 미리 추측한 뜻에 짜맞추는 일을 하기 위하여, 기호들과 철자들을 무시해 버렸으며, 이 현상계를 착각이라 일컬었으며, 나의 눈과 혀를 우연하고 무가치한 현상이라고 현상이라고 일컬었다. 아니, 이런 일은 지나가 버렸으며, 나는 미몽에서 깨어났다. 난 정말로 미몽에서 깨어났으며, 오늘에야 비로소 다시 태어난 것이다."( p.63)

카말라
"저는 사색할 줄 압니다. 저는 기다릴 줄 압니다. 저는 단식할 줄 압니다."(p.87)

어린애 같은 사람들 곁에서
" 예전에 싯다르타는 사람들이 하는 사업들, 수공업들, 근심 걱정들, 오락들이나 어리석은 행위들을 마치 달나라처럼 낯설고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겼었다. 그런데 지금 그가 관심과 호기심을 갖고 있는 대상은 오로지 사람들뿐이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모든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일을 그는 쉽게 해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무엇인가 차이점이 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이 바로 그의 사문 정신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어린아이나 짐승 같은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이러한 삶의 방식을 사랑하는 동시에 경멸하였다. 그는 사람들이, 자기 생각에는 그런 대가를 치를 만한 가치가 없는 것들, 그러니까 돈이나 사소한 즐거움, 하찮은 체면을 얻기 위하여 애를 쓰고 괴로워하고 늙어가는 것을 보았다. "( p.104)

"..그는 한 시간 가량, 자기가 이상한 삶을 영위하고 있따는 것을, 자기가 순전히 유희에 불과한 이런 일들을 하며 지내고 있다는 것을, 자기가 어쩌면 명랑한 기분인 것도 같고 이따금씩은 기쁨을 느끼기도 하지만 본래적인 진짜 삶은 자기 곁을 스쳐지나가 버리고 자기와 아무 접촉도 없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는 것이었다....존재의 원천은 자기 자신과는 멀리 동떨어진 어딘가에서 흐르고 있었으며, 눈에 띄지 않게 흘러가고 있었으며, 눈에 띄지 않게 흘러가고 있었으며, 자기 자신의 생활고는 이제 더 이상 아무 상관이 없었다. 어떤 때는....옆에 서서 구경만 하는 그런 방관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정말로 실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정말로 기쁨을 누리면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여건이 자기에게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였던 것이다."

"당산은 나와 비슷해. 당신은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라. 당신은 딴사람들과는 생판 다른 오직 카말라일 뿐이야. 당신의 내면에는 당신이 매순간마다 그 곳에 파고들어가 편안하게 안주할 수 있는 그런 고요한 은신처가 하나 있어...

"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이야, 카말라, 바람에 나부껴 공중에서 이리저리 빙빙 돌며 흩날리다가 나풀거리며 땅에 떨어지는 나뭇잎 같은 존재야. 그러나 얼마 안되는 숫자이긴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하늘에 있는 별 같은 존재로서 고정불변의 궤도를 따라서 걸으며, 어떤 바람도 그들에게 다다르지는 못하지. 그들은 자기 자신의 내면에 나름의 법칙과 궤도를 지니고 있지. ...완성자였는데, 그분이 바로 세존 고타마, 그 가르침을 만천하에 고지하신 분이지. 수천 명의 제자들이 날마다 그분의 가르침을 듣고 있고, 매시간마다 그 분의 규율을 따르고 있지만, 그러나 그들은 모두가 떨어지는 나뭇잎과 다를 바 없는 존재야. 그들은 자기 자신의 내면에 가르침과 법칙을 갖고 있지 않아.,"

"나는 당신과 마찬가지니까, 당산도 사랑이라는 것을 하지 않잖아.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사랑을 하나의 기술로서 행할 수가 있겠어? 우리 같은 부류의 인간들은 아마도 사랑이라는 것을 할 수 없을 거야. 어린애 같은 사람들은 사랑을 할 수 있지. 그것이 바로 그들의 불가사의한 비밀이야."

윤회
"마치 도공의 선반이 일단 돌기 시작하면 한참 오랫동안 돌다가 서서희 힘이 떨어져 끝내는 딱 멈추고 마는 것처럼, 싯다르타의 영혼 속에서도 금욕의 바퀴, 사색의 바퀴, 분별의 바퀴가 오랫동안 돌았었고 아직도 여전히 돌고는 있었지만 이제는 천천히 멈출 듯 말듯 머뭇머뭇 돌며 정지 상태에 가까이 와 있었다. 마치 축축한 물기가 죽어가는 나무 줄기 속을 뚫고 들어와 서서희 그 속을 채우고 그것을 썩게 만들듯이, 싯다르타의 영혼 속에도 세속과 나태함이 뚫고 들어왔으며, 그것들이 서서히 그의 영혼을 메웠으며, 그것을 묵직하게 만들어버렸으며...잠들게 만들어버렸다.

"그의 영혼 대신 그의 감각들이 살아나게 되었는데, 그 감각들은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경험하였다....장사하는 법, 권력을 휘두르는 법, 그리고 여자들과 즐기는 법, 아름다운 옷을 입는 법, 하인들을 부리는 법...."

" 점차 부유해지는 동안 싯다르타 스스로가 서서히 어린애 같은 인간 부류가 지니는 면모, 즉 구김살 없는 천진난만함과 왠지 불안해하는 소심함을 어느 정도 지니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부러워하였는데, 자신이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닮아갈수록, 그만큼 더 그들을 부러워하였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는 없는데 그들은 가지고 있는 한 가지, 즉 그들은 자신들의 삶에 중요성을 부여할 줄 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정든 고향을 떠나 사문 생활을 선택하였을 때에, 그리고 그 후 다시 사문들로부터 멀리 벗어나서 완성을 이룬 자인 고타마에게 갔을때, 그리고 또 그 완성자로부터도 멀리 벗어나 불확실함 속으로 빠져 들어갔을 때에도, 자기는 바로 그 내면의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던가!"

"자기는 그 어린애 같은 무수한 사람들처럼 되어보려고 무척 애를 썼고 또 그런 생활을 동경하여 왔다. 그러나 비록 그랬다 하더라도 자기의 생활은 그들의 생활보다 훨씬 비참하였고 훨씬 빈약하였다. 왜냐하면 그들의 목표가 자기의 목표가 될 수는 없고, 마찬가지로 그들의 걱정 근심도 자기의 걱정 근심이 될 수는 없으며..."

강가에서
" 이제 싯다르타는 자기가 바라문으로서, 참회자로서 이 자아와 투쟁을 하였지만 무엇 때문에 그 싸움이 헛수고가 되고 말았던가 하는 이유도 어렴풋이나마 예감할 수 있었다. 너무 많은 지식이, 나무 많은 성스러운 구절이, 나무 많은 제사와 규칙들이, 너무 많은 단식이, 너무 많은 행위와 노력이 자기를 방해하였던 것이다. 자기는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 언제나 가장 현명한 자였고, 언제나 최고의 열성파였으며, 언제나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한 걸음 앞서 있었으며, 언제나 학자이자 사상가였으며, 언제나 사제 아니면 현인이었다. 이런 사제 기질 속으로, 이런 교만한 마음속으로, 이런 정신적 성향 속으로 자기의 자아가 살며시 파고들어와서는 거기에서 단단히 자리를 잡고 않아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동안, 자기는 단식과 참회로써 그 자아를 죽이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자기는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또한 어떤 스승도 어차피 자기를 구제해 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하였던 그 내밀한 음성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때문에 자기는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으며, 쾌락과 권력에, 여자와 돈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으며, 장사꾼, 주사위 노름꾼, 술꾼, 탐욕스러운 자가 될 수밖에 없었으며, 그러다가 결국 자기의 내면에 있던 사제 의식과 사문 의식이 죽어 없어지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그 때문에 자기는 계속하여 그 가증스런 세월을 견뎌나갈 수밖에 없었으며, 그 구토증을, 그 공허함을, 황량하고 길을 잃고 타락한 인생의 그 무의미함을 견뎌낼 수밖에 없었으며, 그러다가 마침내는 그러한 삶의 종말에 이르게 되었으며, 쓰디쓴 절망감에 빠지게 되었으며, 탕아 싯다르타, 탐욕자 싯다르타도 죽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싯다르타는 죽고 없었으며, 새로운 싯다르타가 잠에서 깨어나 있었다. 이 새로운 싯다르타 역시 아마도 늙게 될 터이고, 이 새로운 싯다르타 역시 아마도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을 터이니, 싯다르타란 덧없는 존재이며, 형상을 지닌 것은 모조리 덧없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 자기는, 이 새로운 싯다르타는 젊고 기쁨에 가득찬 어린아이다."